반도체 장비시장이 기지개를 켠다. 올해를 기점으로 살아나 내년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액은 지난해(596억달러)보다 약 6% 늘어난 632억달러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성장한 약 70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SEMI는 메모리 분야 투자 확대와 중국의 공격적 투자를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힘입어 웨이퍼 가공, 팹 설비, 마스크 및 레티클 장비 등을 포함하는 웨이퍼 팹 장비 분야가 2020년 5%, 2021년 13% 각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웨이퍼 팹 장비 투자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및 로직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액은 2020년과 2021년에 한자리수 증가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D램과 낸드 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수준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두 분야 모두 20% 이상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확산이 호재로 작용했다.
어셈블리 및 패키징 장비 분야의 투자액은 올해 전년 대비 10% 상승한 32억달러, 내년에는 34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스트 장비 투자액은 올해 13% 증가해 57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에도 성장의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대만, 한국 등이 전세계 반도체 장비투자를 이끌고 있다. 중국은 파운드리와 메모리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올해와 내년 연속으로 최대 반도체 투자 국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대만의 투자는 2019년 68% 급증한 후 올해 다소 주춤하다 내년에는 1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의 반도체 장비투자액은 약 123억달러로 3위다. 내년에는 메모리 분야 투자 회복으로 30% 성장한 약 159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지난 7일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 이상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3%가량 늘었다. D램 가격이 지속 상승하면서 반도체 부문이 5조원 안팎의 호실적을 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3일 실적발표를 앞둔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매출 8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8000억원 내외의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약 25%, 180%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서버 수요 증가와 비대면 경제 활성화가 반도체 경기를 견인하고 있다.
3분기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재고 축적에 따른 조정기를 짧게 가진 뒤 내년에 반등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개가 불확실성을 높여 메모리 가격 전망에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면 2021년 메모리 수급은 개선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