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들춘 성과급 민낯…"더 줘" vs "딴세상 이야기"

강기준 기자
2021.02.09 11:20

[MT리포트]성과급의 민낯-동기 부여와 불공정 사이 10-②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간 실적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대중소기업간 협업 시스템과 사내 소통, 공정 이슈도 성과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현주소다. 시장 경제의 한 축을 구성하는 성과보상주의의 신화와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서울 종로구 SK 본사. /사진=홍봉진 기자.

SK하이닉스발 성과급 논란이 SK그룹을 넘어, 삼성, LG 등 대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선 성과급이 아예 사라져 버리기도 해 양극화 현상으로 인한 박탈감을 호소하는 말마저 나온다.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가 연봉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고 공지하면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서로를 비교하는 상황을 낳았다.

SK하이닉스에선 연봉의 47%를 받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DS) 직원들과 격차가 너무 크다는 불만이 나왔다.

그렇다고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이라고 불만이 없는건 아니었다. 삼성전자 실적의 절반을 이끄는 DS사업부문의 공로를 감안할 때 스마트폰(IM)이나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받는 50%보다 3%포인트 적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삼성전자의 초과이익분배금(OPI) 제도는 이익의 일부를 연봉의 50% 한도 내에서 지급한다.

계열사별로도 성과급은 희비를 가른다. 같은 삼성 그룹 내에서도 삼성중공업처럼 수년째 조선 업황이 안 좋아 같은기간 성과급을 받지 못한 기업이 있고, SK하이닉스가 속한 SK그룹의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2조5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과 달리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달 중 성과급 규모를 공지할 예정인 LG전자에서도 직원들은 사업부문별 성과급 차이에 따른 불만이 나오진 않을까 우려한다. LG전자는 지난해 사업부별로 성과에 따라 최대 기본급의 5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는데,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전장 사업 등 적자를 기록한 부문은 성과급 없이 격려금 100만원을 지급했다.

코로나19로 지난해만 해도 연봉 동결 혹은 삭감을 요구 받거나 구조조정의 위기에 처할 것이란 위기감에 시달렸던 직장인들은 이번 논란이 더욱 박탈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특히 이들은 바이러스라는 외부 요인은 조직이나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어 무력감이 크게 다가온다고 한다.

2000년대들어 본격 확산된 성과급 제도는 그동안 삼성과 같은 기업을 1등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기밀'로 취급됐던 성과급 산정 기준은 이제 '공정성'의 도전을 받게 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 산정 기준은 외부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 심지어 사내 게시판에 공지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서로 어떤 기준으로 받는지 모르니 과거 사례와 비교하거나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와 비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렇게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회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적 불확실성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성과급을 무작정 풀기도 어렵다. 또다른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 보다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인석 공주대학교 교수는 '개인 성과급과 집단 성과급이 기업의 혁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한국 기업에서 개인 성과급과 집단 성과급 모두 공정성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한국 기업에서 성과급 시행이 더욱 정교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되풀이를 막으려면 성과급 제도를 재정비하는 한편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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