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에서 은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폐기물을 재활용해 환경에 기여하면서 원가도 절감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연금술'이다. 올해 화두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떠오른 가운데 삼성의 기술력이 낳은 또 하나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디스플레이 표면을 깎아 두께를 얇게 만드는 식각 공정에 사용된 화학용액(에천트) 폐기물에서 은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그동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식각 공정에서 패널에 도포된 은 성분의 일부가 화학용액에 녹아 빠져나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용액에서 은을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이 까다로워 사실상 은을 폐기해왔다. 폐용액에 이온 상태로 녹아있는 은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설비가 부식되거나 그나마 정제해 비료나 소화기 분말 등으로 재활용하기 쉬운 다른 성분까지 오염되는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경제성이 높은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6월 '폐(廢)에천트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연구팀은 오랜 연구 끝에 염화나트륨(NaCL·소금)과 환원제(아스코브산) 등을 활용해 순도 99.99%의 은 분말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폐용액에서 재활용하는 은의 양은 연간으로 환산해 2.5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추출된 은은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유리기판과 OLED 발광층 사이에서 화질과 수명을 개선하는 데 쓰이는 TFT(박막트랜지스터)의 주요 소재로 재활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관련 기술을 폐기물 수거·정제 협력사에도 이전해 실제 공정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전세계 1위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제조사로 위상에 걸맞은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적 가치로 큰 액수는 아니지만 말 그대로 폐기물에 섞여 그대로 버려지는 자원을 되살려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 데 의의가 있다"며 "글로벌 업계 1위 제조사가 협력사에 기술을 이전하면서까지 재활용 현장을 확대한 만큼 업계의 ESG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서 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에서 ESG 준칙을 준수하는 활동을 다양하게 진행했다. 친환경 제품 생산을 위해 탄소 저감, 용수 재사용, 에너지 효율화, 온난화 성분 저감 등을 달성해 지난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폴더블 OLED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았고 글로벌 인증기관 UL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 올 2월에는 애플·인텔 등 160여 개 글로벌 기업들이 활동 중인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책임감 있는 산업 연합)에도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