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현대차, 삼성전자 등에서 임원급을 전격 영입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인재 채용이 진행중이다. 또 각형,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진출 기회도 엿보는 등 배터리 영토 무한확장에 돌입했다.
16일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초 오재창 전 현대자동차 전략투자팀장을 M&A 담당 부사장으로, 최경환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차세대 배터리 개발센터장 부사장으로 각각 신규 선임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이후 대대적으로 직급 개편에 나섰다. 지난해 상무~부사장급 임원 호칭을 모두 부사장으로 통일한 한편 올 초에는 사원~부장 직급을 PM(Professional Manager)로 통일했다.
오 신임 부사장은 미 시카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으며 지난 2019년 41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현대차 상무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었다. 노무라 등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서 경력을 다졌고 2017년 현대차·기아에 합류, 당시 싱가포르 그랩(Grab), 인도 차량호출 기업 올라(Ola) 등 현대차 그룹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실무 작업을 이끌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 신임 부사장은 연세대 박사 출신으로 이번에 신설된 SK이노베이션 차세대 배터리 개발센터장을 맡게 됐다. 차세대 배터리 분야는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이 그동안 연구를 담당해왔으나 보다 전문적 연구 진행을 위해 이번에 별도 '차세대 배터리 개발센터'를 신설, 임원을 채용한 셈이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센터는 전고체 배터리 셀 개발, 황화물계 등 고체전해질 소재 합성 및 대면적화, 리튬메탈 음극 소재 등 다양한 미래 배터리 분야 전반에 대한 연구를 담당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에서 타업종에서 임원급 인사를 영입한 것은 파격 인사로 통한다. 그만큼 다각도 측면에서 전 산업 분야에 걸친 배터리의 역할을 고민하고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단 의지로 읽혔다.
임원급에서의 인재 채용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올 해 들어 SK이노베이션에서는 역대급 채용이 수시로 진행되고 있다. 16일 현재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밝힌 진행중인 채용 건수만 16건이다.
배터리셀 제작평가 기술직 채용, 차세대배터리 연구개발(R&D) 수시 채용, 환경과학기술원 연구개발(R&D) 경력사원 채용, 배터리 사업부 E-모빌리티 사업 경력사원 채용 등 채용 분야도 다양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는 향후 성장성과 가능성을 감안할 때 워낙 인재가 필요한 분야"라며 "다양한 분야, 지속적인 인재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2022년 중 배터리 사업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SK이노베이션은 사업 영역 확장에 엄청난 속도를 내는 중이다. 지난 4월 LG에너지솔루션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 전격 합의한 후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겠단 의지로 읽힌다.
원활한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오는 10월1일을 기점으로 배터리 사업을 분사할 것임을 공식화했음은 물론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에만 주력하던 데서 벗어나 최근 각형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사업 진출 계획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각형 배터리는 지난 3월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이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 비중을 80%까지 늘린다고 선언하면서 주목받았다. ESS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급부상중이다. ESS 탑재 배터리 단가를 낮춰 보다 오랜 기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 관건으로, 최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각형 배터리 연구 인력을 채용중이고 지난달 초에는 미국 IHI 테라썬 솔루션스와 미래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 SK이노베이션은 "다양한 응용 기술을 위해 (각형 배터리 연구 인력을) 채용 중"이라며 "기술 확보를 추진 중이며 아직 상업화는 미정"이라고 해 현 단계에서 관련 사업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아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 합작사를 설립 중인 포드와의 협력 범위도 넓혀 나갈 전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하우 타이 탱 포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SK이노베이션과의 합작 관계는) 유럽으로도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2030년까지 필요한 배터리 생산능력이 북미 140GWh를 포함, 최소 240GWh에 달할 것으로 본다. 이 중 60GWh는 SK이노베이션과 미국 합작사를 통해 조달받기로 했는데 향후 협력의 범위가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의 공격적인 배터리 사업 확장은 수치에서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6월 한 달 간 전세계 전기차에 탑재된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9.7% 늘어난 1.4GWh를 기록했다. 순위는 5위지만 성장률만 놓고보면 CATL(175.0%), LG에너지솔루션(133.4%) 등을 앞지른다. 하반기 점유율 확대가 기대됐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1조6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그 두 배 수준인 최소 3조원 이상, 2025년 15~20조원 달성이 예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