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2기가 이재용 부회장과의 면담 정례화를 추진한다. 지난해 초 김지형 전 대법관이 이끌던 1기 준법위가 합의까지 이끌어냈으나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불발됐던 일이다. 총수 감시 역할을 실제화하는 한편, 핵심 과제인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17일 준법위 관계자와 재계에 따르면 준법위는 최근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정례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만간 삼성 측에 제안해 면담 횟수와 시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준법위 내부 사정에 밝은 재계 한 인사는 "준법위 역할인 총수에 대한 감시를 실질화하고 이 부회장의 의지가 중요한 지배구조 개편 과제와 관련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것"이라며 "코로나19(COVID-19) 확산세를 고려해 제안 시기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면담 정례화는 지난해 초 이 부회장과 김지형 당시 위원장과 준법위원들이 합의했던 사안이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준법위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의견을 경청하고,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법위가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후 진행된 후속 조치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난해 1월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되면서 면담 정례화는 무산됐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후로도 정례회의 참석이나 준법위와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과 준법위의 공식적인 마지막 만남은 지난해 1월 11일이다. 1기 준법위의 2년 활동 기간 중 이 부회장과의 면담은 두 차례에 그쳤다.
준법위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자발적 의지가 요구되는 과제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는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 17.97% 보유(최대주주)가 시작점이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다. 금산분리 위배 지적을 받고 있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발표에서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로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검토해왔다. 1기 준법위에서는 보스턴컬설팅그룹(BCG), 고려대학교 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용역을 맡기는 등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평가 지표를 마련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2기 준법위도 핵심 과제로 지배구조 개편을 제시했다. 거시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찬희 준법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삼성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라며 이사회를 비롯한 준법 감시위원회, 준법지원인, 시민단체 등 내외부 의견을 경청해 상생발전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구와 삼성 내부에서 제기된 준법감시 수요가 결합해 만들어진 외부 독립 기구다. 지난해 2월 출범했다. 경영권 승계와 노동, 시민사회 소통을 핵심 준법의제로 선정하고 협약을 맺은 삼성 주요 7개 계열사의 준법 감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