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문재인 정부 5년 중소기업 정책의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5년 내내 중소기업계는 대기업과 양극화를 완화해 달라고 읍소했지만 사정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충격으로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주무부처를 차관급에서 장관급(중소기업청→중소벤처기업부)으로 격상시켜 위상을 높였지만 중소기업의 사정까지 좋아진 것은 아니다.
6일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정책만족도는 '불만족'이 28.3%로 '만족'의 16.5%보다 높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앙회가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보통'(55.2%)이란 응답이 많았으나 세부답변을 보면 불만족 답변이 더 많았다. 가장 잘한 정책으로 '코로나19 경영지원'(34.5%)을 손꼽았는데 바로 다음이 '없다'(22.3%)였을 정도다.
중소기업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하고 있다. 김기문 중앙회장은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에 대해 "3종 세트(주52시간 근로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 때문에 중소기업이 상당히 힘들었다"며 "이런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환경이 일부 개선됐다고 하지만 이는 중소기업계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주52시간과 최저임금 혜택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돌아갔고, 인력난은 심화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발표한 5개년 계획에서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현장에선 곡소리가 나고 있다. 유병조 창호커튼월협회장은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만나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데 하루 일당을 25만~30만원 준다고 해도 인원이 없다"고 토로했다.
대·중소기업 양극화가 얼마나 심화됐는지는 수치로 확인된다. 통계청이 2019년 발표한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출범 이전(2016년)과 비교해 전체의 0.3%인 대기업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57%로 2.7p% 높아졌다. 반면 전체 99%인 중소기업 영업이익은 2019년 기준 25%로 같은 기간 3.6%p 떨어졌다. 2019년 기준 평균 영업이익은 대기업이 522억원에 달한 반면 중소기업 1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소기업계는 더욱 벼랑 끝으로 몰렸다. 특수건설업계는 원자재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20일 셧다운(작업중단)에 돌입했다. 창호·유리벽을 제조·공급하는 중소기업들도 이달 11일 생산중단을 위한 논의를 벌인다. 레미콘·철근 가격이 폭등하면서 일부 건설현장도 차질을 빚고 있다.
특수건설업체를 운영하는 강성진 건설현장불법행위 근절TF 위원장(청송건설 대표)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만나 "하도급법 등 법은 있지만 (대기업과) 갑을관계에 있다 보니 제대로 주장할 수도 없고 주장하면 거래가 단절된다"며 "(하청업체에 부담을 전가하면)죽으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도저히 사업을 할 수가 없고, 도산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문재인 정부 주요 과업으로 손꼽히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에 대해서도 아쉬운 속내를 감추지 못한다. 뿌리산업 등 주요 제조업보다 스타트업과 벤처투자(VC) 등에 집중하면서 기초체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기대와는 달리 스타트업 정책지원과 M&A(인수합병) 등 자본시장만 커졌다"며 "정작 산업을 지탱하는 뿌리는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만기·이자 연기정책은 중소기업에 도움이 된 정책으로 손꼽힌다. 중앙회가 올해 1월 중소기업 32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출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가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78.3%였다. 중앙회 관계자는 "대출로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이 많다"며 " 연장종료시 대출상환 위한 추가 대출 필요하다는 51.2%에 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