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미국·유럽의 행정중심지에 독자적인 대관 라인을 가동한다. 그룹 차원이 아닌 독자적으로 현지 대관라인을 꾸리는 것은 배터리 업계 뿐 아니라 재계 전반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핵심 거점시장 공략을 위한 선제적 움직임이란 평가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 초 미국 워싱턴DC 대관 담당자를 현지에서 채용하고 관련 업무를 개시했다. 최근에는 같은 방식으로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근무자 채용 전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이 아닌,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전문 대관 인재을 발탁·육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채용은 삼성SDI 미시간법인이 담당했다. 해당 담당자 소속 역시 미시간법인이지만, 백악관·국회의사당 등 미국 연방 행정·입법 기능이 집중한 워싱턴DC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유럽 대관 담당자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 뮌헨법인 주도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EU가 출범하고 유럽의 행정·통화·금융·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유럽의 수도' 브뤼셀에서 근무한다.
대관업무는 기업이 정부·의회·지자체 등을 상대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의 필요성과 이점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 긍정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한다. 정부의 정책·규제, 의회의 입법, 지자체의 조례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 사업 진행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사안들을 미리 파악하는 역할도 맡는다.
국내 기업들은 이전까지는 한국 정부·의회·지자체 등을 상대로 한 대관업무에 주력해왔다. 비교적 최근에서야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현지 대관에도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신북미무역협정(USMCA)과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등을 통해 역내 생산을 강조하는 미국이 주된 대상이었다. 개별 회사 단위가 아닌 계열사 공통의 이해관계를 전달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조직이 현지에 전면 배치됐다.
삼성SDI의 해외 대관라인 구축은 그룹이 아닌 독자적으로 이뤄졌으며,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쟁사들과도 차별화된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대관업무를 LG그룹 워싱턴사무소를 통해, 유럽을 포함한 그 외 지역 대관업무는 국내에 조직된 글로벌대관팀을 통해 유기적으로 관리한다. SK온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외협력 조직을 운영한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북미·유럽 중심의 생산·판매 활동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에서 현지 정부·의회·지자체와의 협력이 사업의 필수적인 요소가 된지 오래"라면서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기업 모두가 현지 대관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에서 삼성SDI가 과감하게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