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대형 사고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사회·통계학 연구가 있다. 한 건의 대형 사고가 벌어지기 전 분명히 크고 작은 전조증상이 수백번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이다. 서울 이태원 참사와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도 알고 보면 반드시 경고음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과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때도 그랬다.
대형 사고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게 골자다. 1931년 미국 보험회사 일하던 직원이 찾아낸 이 법칙은 1건의 큰 사고가 벌어지기 전에 작은 사고는 29건, 잠재적 징후는 300건이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수백번은 있고, 적어도 인재(人災)는 최대한 막아보자는 취지다.
경제위기 관점에서도 하인리히 법칙의 지적은 유효하다. 커다란 경제 위기가 벌어지기 전 분명 전조증상이 있고,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을 무시하면 결국엔 터진다. 인재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한국에선 대표적으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가 그렇다. 당시 분위기를 그린 영화에서도 강력한 신호가 있었다는 걸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경고를 무시할 때 대형 사고나 경제 위기가 벌어지는 셈인데, 문제는 경고음이 울릴 때는 정작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도 이와 다르지 않은 듯하다. 경제의 말초 신경인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이미 무너지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고환율에 고임금까지 중소기업계가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한꺼번에 고난이도의 과제가 밀려 드는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지난달 9000억원을 넘겨 2007년 설립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연 3.0%로 인상되면 한계에 처하는 소상공인이 124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지난달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중소기업대출은 952조6000억원으로 10개월째 증가세다.
무너지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각종 지표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고. 이대로 두면 생각하지 못한 경제적 재난이 닥칠 수 밖에 없다. 하인리히 법칙의 교훈을 수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