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VVIP 왕세자 보자" 그 호텔 가보니…무장 경호원에 꽁꽁 가린 천막

오진영 기자
2022.11.17 13:06
17일 오후 12시 4분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탑승한 차량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을 나서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17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 복장인 흰색 '깐두라'와 검은색 정장을 입은 아랍계 남성들이 1층 로비를 분주하게 오갔다. 현관에는 외부인들의 시선을 막기 위해 병풍과 흰색 천막이 들어섰으며, 소총으로 무장한 경호원이 사진 촬영과 내부 진입을 막았다. 이곳 롯데호텔에는 전날부터 사우디 계승서열 1위인 'VVIP'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머무르고 있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사업 협력의 '키'를 쥐고 있다고 평가받는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찾았다. 재계에서 1970년대 '중동 붐'과 비슷한 수준의 대규모 사업 수주가 이번 방한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중요 인사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오후 이곳 롯데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한다.

660조 사업 '키맨', 정·재계 모두 공들이는 까닭은
17일 오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머무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사우디 관계자들이 호텔을 나서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날 빈 살만 왕세자가 머무르는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이른 시각부터 경호원들과 사우디 측 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곳곳에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찰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했으며, 무장 경호원은 물론 폭발물 탐지견까지 동원돼 호텔 외부를 순찰했다. 롯데호텔 내부로 향하는 길목은 '안전 조치를 위해 출입을 차단한다'는 문구가 나붙었고 빈 살만이 탑승하는 의전 차량은 흰색 천막으로 가려졌다.

사우디 측과 롯데호텔은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사우디 인사들이 카메라에 잡힐 때면 사우디 국기 배지를 단 경호원들이 다가와 촬영을 막았으며, 시민들의 출입도 제한됐다. 취재진이 호텔 내부에 진입한 뒤 10분여만에 경찰과 호텔 관계자들이 나가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 측의 짐이 실린 트럭 인근으로 접근하는 것도 엄격하게 통제됐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오후 12시 4분쯤 당초 예고된 시각보다 조금 늦게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을 위해 호텔을 나섰다. 윤 대통령은 왕세자와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된 도시 인프라 개발, 원전, 방산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출발 전30분 전부터 왕세자를 구경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경찰과 호텔 측이 출입을 제한했다.

17일 오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머무르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흰색 가림막이 쳐져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뒤 이날 오후 5시쯤 롯데호텔에서 재계 총수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왕세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호텔을 방문한다. 총수들은 회동에 앞서 롯데호텔을 먼저 방문해 안전·방역에 대한 사전 조치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날 회동을 위해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던 '회계부정·부당합병' 재판에 불출석 의견서를 냈다. 이 회장은 삼성의 사물인터넷(IoT)와 5G 무선통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최태원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할 전망이다. 김동관 부회장도 태양광·도심항공 등의 분야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는 총 사업비 660조원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주요 인사인 만큼 보안과 안전에 각별히 신경쓰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날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에서는 사우디에서 벌어지는 광범위한 사업 수주에 관련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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