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신규 일자리 목표치인 1100만개를 초과 달성했다. 평균 소득과 일자리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2023년도 고용이 더 개선될 것이다."(중국 국무원)
"같이 대학을 졸업한 친구 4명 중 3명이 실업자다. 중국 최고의 명문대를 나왔는데 어러머·메이퇀같은 배달 알바를 할 수도 없고 막막하다."(30대 A씨)
베이징에 거주하는 칭모씨(25)는 대학을 졸업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직장이 없다. 다양한 기업에서 '쉬시셩'(인턴)을 했으나 최근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을 줄이거나 급여 수준을 크게 낮춰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했다. 동북 지방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도움에도 한계가 있어 3500위안(한화 약 66만원)의 월세도 큰 부담이다. 칭씨는 "뉴스를 보면 지난해 도시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고 하는데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체감이 잘 안 된다"라며 "1명을 뽑는 스타트업의 채용 공고에도 수백명이 몰릴 만큼 일자리가 부족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고용 확대 의지를 보였으나, 쥬링허우·링링허우(90~2000년대생)의 반응은 싸늘하다. 연간 10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자찬과 다르게 급여·안정성·복지가 부족한 저질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가전 등 첨단 산업을 주도하던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해고도 잇따랐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까지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정부의 2023년 최우선 달성 목표는 고용 확대다. 올해 중국 전역에서 1158만명에 달하는 대졸자가 쏟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1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률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최고행정기관인 중국 국무원은 탄탄한 내수 시장과 석탄·곡물 등 기초 원자재 확보율 등을 근거로 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실업률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중국의 입도 연달아 '실업자 없는 중국'을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공산당 총서기)은 신년사에서 "중국 경제는 강인하고 펀더멘탈(기초)은 변함이 없으며, 청년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리창 신임 국무원 총리도 취임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올해 고용 시장은 일정 부분 압박을 받을 것"라며 "청년 실업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실업률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중국 청년 실업률이 위험 수치에 도달했다는 내부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06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중국 국무원)는 발표와 다르게, 일자리가 없어 쉬는 청년 대졸자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20~24세의 청년 실업률은 21.1%인데, 코로나19가 한참 진행 중이던 2020년 6월(19.3%)보다 높다.
기업들이 연달아 문을 닫거나 대량 해고에 나섰다는 점도 위기의식을 고조시킨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이 침체되면서 고소득 직장이 크게 줄었다. 지난달 기준 중국 내 상장된 반도체 기업 25개 중 17곳이 영업적자를 냈으며,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제조사 양쯔메모리는 연초 10%의 직원을 해고했다. 국가시장규제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닫은(등록 취소)기업과 자영업자는 1320만곳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청년들의 불안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웨이보 등 SNS에서는 '실업률' '재이직' '월급 1만 위안' 등의 검색어가 매일 수백 건 이상 게시된다. 당국의 엄중한 검열로 SNS에 국가 안보를 해치거나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글은 수시로 삭제되지만, 수천만명의 이용자를 모두 검열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봉쇄를 항의하는 '백지시위'의 핵심 구호 중 하나도 화려한 외관과 부실한 내부의 격차를 뜻하는 '네이쫜' 해소다.
베이징대를 졸업한 A씨는 "1년에 2만 위안(약 38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대학을 다녔는데 1만 위안(약 190만원)의 월급을 주겠다는 곳도 드물다"라며 "동문들 중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친구가 많지만, 최고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몐쯔(체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현지 재계에서는 고급 인력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해 국가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업률이 높아져 실질 구매력이 저하되고,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이 고용을 감축하면서 실업률이 다시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취이에 중국사회과학원 인구노동경제연구소 소장은 "내수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며 "사회 구성원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갖고 있어야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의 우려도 커진다. 코로나19가 지속되던 3년 동안 현지 수요 침체와 매출 부진에 시달리다, 감염병이 잦아들자마자 인력난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산업연구원이 대한상의 북경사무소, 중국한국상회와 함께 재중 한국기업 40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철수를 고려하는 기업 중 상당수가 '생산비용 상승'(38.3%), '경쟁 심화'(22.3%)를 주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 현지에 체류중인 재계 관계자는"중국 경제성장률·실업률 등 주요 지표가 악화되면서 재중 한국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면서 "실업률 안정세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경제가 선순환해야 재중 한국기업들의 경영 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