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차려놓고 혼자서 일해도 월 1000만원 가져간다는 시대는 끝났죠. 근 1년은 내내 적자였다가 폐업을 결정한 겁니다"
지난 31일 서울 마포대로에 위치한 에쓰오일 마포주유소 관계자의 말이다. 에쓰오일 마포주유소는 1994년 쌍용정유 시절부터 약 30년간 한 자리를 지켜왔지만, 이날부로 영업을 종료했다. 도로변에 위치해 마포를 대표하는 주유소 중 하나였음에도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폐업을 결정했다. 주유소 관계자는 "주유소 자체가 사양산업이라 더 이상 영업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부지에 건물을 세울지, 정유회사에 임대를 줄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 폐업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3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국에서 1만988개 주유소가 영업 중이다. 지난 1년간 198개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10년 전인 2012년을 기준으로 1800여개 주유소가 사라졌다.
배경은 주유소의 수익성 악화다. 주유소 업계의 가격경쟁이 과열되며 출혈경쟁으로 이어졌다. 알뜰주유소 등 정부의 가격 인하 정책도 한몫했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가 정유사와 2년 단위 계약을 맺고 최저가 입찰을 통해 확보한 석유제품을 공급받는다. 기업이 운영하는 주유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한다. 알뜰주유소로부터 손님을 뺏기지 않고자 기존 주유소들은 치킨게임을 벌였다. 이는 2011년 석유제품 안정화 취지로 도입됐지만, 업계에선 시장원리를 훼손하는 제도란 지적이 나온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임대료와 인건비도 부담이다. 전국 주유소의 판매 마진율은 평균 5~6% 수준이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와 각종 세금을 떼면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영업이익률은 1% 미만으로 추산된다. 셀프주유소가 아니라면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마포주유소의 경우도 가장 영업이 잘되던 시기엔 직원이 15명에 달했다. 폐업 직전엔 6명으로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의 실적이 급락하면서 영업을 종료하거나,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저출산으로 인해 운전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들며 주유소를 더 이상 짓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주유소 폐업은 늘어날 전망이다. 국책 연구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40년까지 8000개의 주유소가 영업을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20년 뒤엔 전국에 3000개의 주유소가 남는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차 시대를 맞아 주유소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단 분석이다. 정유사들도 '탈탄소'란 거대 담론에서 주유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석유제품 도매가 공개를 추진하는 정부의 움직임도 주유소 폐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추가 의견수렴, 검토를 위해 심의를 오는 24일에서 잠정 연기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주유소가 비싸게 사더라도 평균 판매가 이상으로 팔면 비판받고, 그보다 싸게 팔면 경영악화로 망하게 될 것이 뻔하다"며 "주유소의 구매 원가와 소비자 판매가를 단순하게 비교해 평균 판매가보다 비싸게 파는 일반 주유소만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유소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도 이전과 달리 수익성이 떨어진 주유소 대신 수익성이 높은 건물을 지으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