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쉬어야 일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기업의 철칙입니다."
칭다오에 위치한 기업에 재직중인 A씨(31)는 이번 주 단오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았다. 회사가 연휴 기간 연차 추가 사용을 적극 독려하면서 코로나19로 미뤘던 해외여행을 떠났다. A씨의 직장 동료도 대부분 춘절과 노동절 연휴 기간 국내외 여행을 다녀왔다. A씨는 "중국인들은 가족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다녀오는 등 휴식을 근로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한국이나 일본의 직장 문화와 비교하면 중국의 휴가 제도는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4억 직장인이 휴가를 떠난다. 휴식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일치하면서 3일 이상의 '장기 연휴'가 잇따른다. 연차 사용을 적극 독려하는 기업 문화도 정착됐다. 재계와 정부는 효율적인 근무형태를 구축해 노동생산성을 개선하고 내수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발맞춤을 하고 있다.
23일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올해 주말을 제외한 중국의 연간 법정 공휴일은 총 27일이다. 7일을 쉬는 춘절과 8일 쉬는 중추절·국경일 연휴, 5일의 노동절 연휴 등이 포함됐다. 한국(14일)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워낙 국토가 커 이동에만 1~2일이 소요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한 번에 길게 쉬는 연휴가 잦다. 여기에 노동법이 규정하는 청년의 날, 여성의 날, 어린이날 등을 포함하면 휴가일수는 더 늘어난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자주, 더 많이' 쉬는 풍조를 적극 독려해 왔다.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근로 시간이 늘더라도 노동 생산성 증가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관광이나 판매, 서비스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연휴를 대거 늘리면서 내수 활성화를 꾀했다. 이에 따라 청명절과 단오절, 중추절 등 전통 명절이 법정 공휴일로 추가됐다.
중국 정부는 지금도 기업의 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문화여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 내에서만 2억 74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1480억 위안(한화 약 28조원)을 썼다. 단오절 연휴에도 팬데믹 전인 2019년보다 많은 1억 명의 관광객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 효과도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근로자는 대부분 제조·건설 등 2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휴일을 중시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제9차 전국근로자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근로자 4억 200만명 중 82.7%가 2차 산업 종사자다. 베이징의 한 제조 기업 관계자는 "주 40시간제가 정착돼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초과·연장근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라며 "사용자들도 '차라리 푹 쉬게 하고 시간 내 근무를 단속하자'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모자라는 근무일수는 주말 근무로 대체한다. 연휴 기간 쉰 노동자는 그 다음 주나 전 주의 보충 근무를 택해 근무하는 형태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대체인력을 선발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법정 공휴일에 근무할 경우 정상 임금의 300%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휴일 대체 근무를 전문적으로 하려는 노동자도 많다.
현지 재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노동자들은 임금이 적더라도 지아빤(초과근무)이나 회식 등 경직적인 문화가 있는 기업을 기피한다"라며 "재택 근무제를 도입하거나 유급휴가제가 잘 보장되어 있는 기업들의 지원율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이나 일본 등 현지 진출 기업들의 고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기업 문화가 경직적이라는 선입견에서다. 안후이·허베이·칭하이 등 주요 도시가 올해 일제히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인건비가 올랐는데, 노동자들의 거부감이 더해지자 인력난이 심화됐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해 중국 현지 진출 기업 40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지의 3가지 어려움 중 하나로 인력난이 꼽혔다.
채용 인력이 줄자 기업 가동률도 지속 하락 중이다. 중국 진출 기업 중 지난해 가동률이 80% 이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13.8%로, 2020년(25.6%)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철수하는 기업도 늘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 126개사 중 77%인 97개사가 중국 진출 기업이다.
현지 기업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중국인을 채용할 때 급여를 올려 공고를 내도 5~6년 전에 비해 지원률이 30~40% 수준"이라면서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비용과 규제 부담은 물론 선입견과도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