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정치싸움에 이용당하는 것이죠. 손 쓸 수 있는 대책도 없어서 참 답답하네요."
재계를 대표하는 한 경제단체 임원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한숨을 몰아 쉬었다. 재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진행 중인 정쟁에 지쳤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은 이번 달 열리는 정기 국회의 최대 쟁점 법안이다.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크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노사관계를 다시 이전으로 되돌리긴 어렵다. 대형 노동조합(노조)이 있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파업 만능주의'가 자리잡고, 기업 경영은 더 힘들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사 간 역학관계가 노동자 중심으로 치우치게 된다는 게 기업의 우려다. 주요 기업 노무·인사 담당 임원들은 지난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 세대 일자리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위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사업주의 기본권인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원·하청구조를 뛰어넘는 파업도 가능하다는 점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런 이유로 노란봉투법은 지난 19·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었지만, 국회 상임위원회도 넘지 못하고 폐기됐었다. 문재인 정부 때도 통과되지 못했던 것이다.
문제는 정쟁의 결과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야당과 노동계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천막농성에도 돌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과 정부는 전면 거부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산업 발전에 정말 필요한 것인지, 역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는 뒷전이다. 재계는 노란봉투법 논의 초기부터 거듭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무기력에 빠진듯한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설명해도 막상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요청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
합법적인 노조활동과 파업은 보장돼야 하지만 그 범위를 넘어 기업을 망가뜨리는 법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