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부과 시점을 4월이라고 언급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업체들은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지, 부과된다면 규모가 어느정도가 될지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1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4월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시행 시점과 세율 등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시점과 동일한 날짜(4월 2일)를 언급한 만큼 이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양국은 2013년 FTA 협정에 따라 지금까지 상대국 자동차에 관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고 있었지만 상호관세 내용에 따라 얼마든지 명분을 만들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부과에서 상대국 관세율뿐만 아니라 비관세 무역장벽, 환율 조작, 부가세, 역외세금, 부당한 규제나 차별 등 요소를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액 707억8900만 달러 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4400만달러도 49.1%에 달한다. 한국무역협회 기준 우리나라 대미 수출 품목 1위 역시 자동차다. 규모 면에서도 수출 품목 2위인 반도체의 3배에 달한다. 대미 자동차 수출국 순위에서도 2023년 멕시코, 일본, 캐나다에 이은 4위에 해당해 미국의 주요 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미국 시장에 101만대를 수출한 현대차·기아로서는 자동차 관세로 인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전망이다.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길 경우 현대차·기아 영업이익이 각각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평가사 S&P의 경우 관세 20% 부과 시 영업이익이 최대 19%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완성차 업계는 미국 대관 인력을 총 동원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부터 미국 내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현대차그룹 워싱턴 사무소'의 몸집을 키워왔다. 워싱턴 사무소에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방성 법제처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후드가 부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자동차 관세가 어떤 방향으로 부과될 지 등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최대치로 늘리게 되면 국내 수출량이 줄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일자리 등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자동차 업체인 GM과 포드의 경우 미국 본토보다 멕시코·캐나다 등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자동차가 더 많아 자동차 관세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해서다. 실제로 짐 팔리 포드 CEO는 지난 1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관세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자동차 업계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한 달 반가량의 시간을 준 것은 국가별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며 "최대한 국내 기업과 경제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