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완성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등 계열사 파업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부각되면서 또 한번의 변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현대차그룹을 이끌었던 정몽구 명예회장은 '쇳물에서 완성차까지'라는 슬로건 아래 자동차의 제조 및 판매에 들어가는 모든 과정을 계열사에서 해결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자동차 강판을 만드는 현대제철, 부품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해운·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 등을 계열사로 두면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의 부품부터 운송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계열사를 통한 원가절감 덕분이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양적 성장'으로 이어졌고,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 메이커'로 자리 잡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대차·기아가 가성비로 차를 판매할 때에는 수직계열화의 단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현대차·기아는 품질과 기술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게 됐고, 보다 비싸게 차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거듭 나면서 문제가 불거진다. 높아진 영업이익은 완성차 회사의 몫이 됐고, 이는 부품계열사 노조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액은 282조원, 영업이익은 27조원에 육박한다. 영업이익률이 10%에 근접하는데 계열 부품사의 경우 여전히 1~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잇따른 계열사 노조의 파업을 야기했다. 먼저 치고 나간 곳은 현대트랜시스였다. 회사가 얻은 이익 대부분을 전부 노조에 나눠주겠다고 해도 노조는 현대차·기아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했다. 수직계열화된 기업은 이어지는 고리 중 한군데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노조는 회사 상부가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이는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직계열화의 부작용에서 벗어나겠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던졌다. 부품계열사이 각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그룹 외 매출을 늘리라고 주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라는 얘기다. 수십년 간 이어져온 구조를 한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정 회장은 지금이 자동차 업계가 전동화로 전환이 이뤄지는 시기라는 점에 주목했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 자동차의 구조는 단순화되고 부품 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수직계열화를 탈피할 유일한 기회라고 보고 계열회사에 각자도생을 요구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들은 전동화 전환에 발맞춰 매출처를 다각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그 사이 계열사 노조는 현대차·기아의 이익을 나눠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직계열화 탈피는 4~5년간 현대차그룹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받아든 숙제"라며 "전동화로의 완전한 전환을 앞두고 극대화된 계열 부품사 노조와의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