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전기차 정말 더 팔렸을까?[넷제로 글로벌 스터디]

'고유가'로 전기차 정말 더 팔렸을까?[넷제로 글로벌 스터디]

권다희 기자
2026.06.02 06:01

[넷제로 글로벌 스터디] IEA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26' 보고서
호주·뉴질랜드 등 일부 지역 4월 전기차 판매 약 3배↑
미국·중국은 전기차 구매 혜택 축소로 1분기 판매 감소
유럽·한국·일본·동남아·중남미 등은 모두 성장
IEA "2026년 판매 10% 증가" 전망

[편집자주] 에너지전환과 탄소배출 감축 관련한 나라 밖 소식들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봅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고유가로 인해 전기차 인기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강화하면서 국내 운행 중인 전기차가 100만 대를 넘어섰다.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 다섯 대 중 한 대는 전기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요금을 세분화해 비용 부담을 더 낮추는 방안을 추진있다. 사진은 3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2026.05.03.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고유가로 인해 전기차 인기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강화하면서 국내 운행 중인 전기차가 100만 대를 넘어섰다.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 다섯 대 중 한 대는 전기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요금을 세분화해 비용 부담을 더 낮추는 방안을 추진있다. 사진은 3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2026.05.03. [email protected] /사진=정병혁

중동분쟁으로 인한 휘발유값 상승은 전기차(EV)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직관적으로는 내연기관차의 유지비 부담이 커지면 전기차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정부 정책을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한다. 전기차 구매를 촉진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곳의 결과가 달라질 거란 의미다.

호주·뉴질랜드, 휘발유값 급등 속 전기차 판매 약 3배↑

IEA는 지난달 발표한 '글로벌 EV 전망 2026' 보고서에서 연료가격 변동이 전기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일부 지역의 4월 판매량에 예비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휘발유 가격이 34% 급등한 호주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180% 급증했고, 역시 휘발유값이 31% 뛴 뉴질랜드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195% 늘었다. IEA에 따르면 중동 분쟁 발발 후 높아진 휘발유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호주의 평균 운전자는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선택하면 연간 490달러를 추가로 절약할 수 있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내려 온 베트남도 전기차 판매가 같은기간 90% 증가했다.

IEA는 "중동분쟁으로 인한 지속적인 에너지 위기는 많은 국가에서 석유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날카롭게 부각시켰다"며 "현재의 고유가 환경은 전기차 운전의 경제적 이점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했다. 또 "전기차는 주로 더 높은 효율성으로 인해 내연기관 차량보다 유지비가 더 낮다"며 "4월 평균 유가를 기준으로 유럽연합에서 전기차 운전과 관련된 연간 연료비 절감액은 2025년 절감액에 비해 35%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전기차 시장의 역학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전기차 구매를 늘리는 것과) 반대방향으로도 적용된다"고 했다. 정책이 전기차의 경제성을 좌우해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보고서는 "정부가 연료세 인하, 연료 보조금을 시행하면 운전자가 유가상승 영향을 덜 받게 된다"며 "전기차 구매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가 약화될 것"이라고 했다.

1분기 중국·미국 역성장

올해 1분기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정책에 따른 전기차 시장 디커플링(비동조화)을 보여준다. 중동 분쟁 이후 에너지 가격 변동이 전기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지켜봐야 하지만, 각국 정책 변화는 1분기 수치로도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약 390만 대로 전년동기 대비 8% 감소했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해가 됐다. 그동안 시장을 견인해 온 중국(-20% 이상)과 미국(-33%) 등 기존 주도 시장이 보조금 축소와 세제 개편 등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으며 역성장한 여파다.

중국의 경우, 정부 보상 판매 제도가 개정돼 보조금 금액이 차량 구매 가격의 일정 비율로 설정됐는데, 이 변화가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전기차가 받을 수 있는 구매 보조금 금액을 감소시켰다. 동시에 전기차에 대한 구매세(2026년 5%)가 다시 도입됐다. 이 두 가지 정책이 합쳐져 소비자가 전기차, 특히 저가형 전기차에 지불하는 비용이 증가했다.

미국은 2025년 3분기 이후의 연방 세액공제 종료가 영향을 미쳤다. 올해 3월 판매량은 세액 공제 종료 이후 가장 많은 월 판매량인 약 9만5000대를 기록했으나 전년동월 대비로는 30% 적다.

유럽 30%↑…亞도 급성장

반면 유럽(+30%), 한국(+150%)·일본(+40%) 등 중국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남아시아(+80%)·인도(+ 65%)중남미(+75%) 등에서는 뚜렷한 성장세가 나타났다.

유럽의 1분기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약 30% 성장해 약 120만 대에 도달했다. 특히 3월 전기차 판매가 전년동월보다 약 40%, 전달 보다 70% 늘었고, 잠정 집계된 4월 판매치는 전년대비 약 2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독일(+35%), 프랑스(+40%), 이탈리아(+90%), 영국(+25%) 등 주요 시장이 모두 성장했다. 유럽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무공해 차량 의무 강화, 올해 초 독일 정부의 보조금 재도입, 높은 휘발유 가격 등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1분기 전기차 판매는 전년대비 80% 증가한 45만대를 기록했다. 특히 1분기 동남아시아에서 판매량이 20만대로 전년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태국은 단독으로 1분기 동안 6만대 이상의 전기차 판매를 담당했고, 베트남의 1분기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해 5만대를 넘어섰다. 인도네시아는 1분기 판매량이 전년대비 90% 가까이 성장해 3만대를 초과했다. IEA는 동남아시아 1분기 전기차의 약 60%가 중국에서 수입됐다고 추산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제1회 추가경정예산이 의결루 기후부 예산이 66162억원 증액 됨에 따라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을 승용차 2만대와 화물차 9000대만큼을 더 지원할 수 있도록 1500억원 증액 편성했다. 2026.04.12.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제1회 추가경정예산이 의결루 기후부 예산이 66162억원 증액 됨에 따라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을 승용차 2만대와 화물차 9000대만큼을 더 지원할 수 있도록 1500억원 증액 편성했다. 2026.04.12. [email protected] /사진=황준선

IEA "올해 전기차 판매 10% 증가" 전망

한국은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띄는 시장이다.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5배 성장해 약 8만5000대에 달했으며, 올해 3월 판매량은 약 4만대로 월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6년 1분기 동안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은 약 20%로, 2025년 전체의 11%에서 크게 상승했다.

일본은 올해 전기차에 제공되는 최대 보조금이 늘어난 결과 2026년 1분기 전기차 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40% 성장했고, 3월 전기차 판매는 약 1만8000건으로 일본 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도에서는 2026년 1분기 동안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하여 5만5000대를 넘었다. 4월 전기차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1분기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전기차 판매 역시 75% 증가했고, 브라질(+85%)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IEA는 전기차 판매가 올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불확실성 역시 크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2026년 시장 및 정책 펀더멘털은 전기차 판매 성장을 가리키고 있지만 1분기 저조한 판매 수치 데이터는 이전 예상보다 성장률이 다소 완만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며 "전반적으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약 10% 성장한 약 2300만 대에 이를 것"이라 예상했다.

또 "중국은 인센티브를 축소했고, 미국에서는 제조업체들이 전동화 타임라인을 재평가하고 있다"며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정책 조치와 향상된 전기차 경제성의 조합이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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