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나는 논에서 '산업의 쌀' 키울 전기 수확…삼전 RE100 해법 찾았다

쌀 나는 논에서 '산업의 쌀' 키울 전기 수확…삼전 RE100 해법 찾았다

권다희 기자
2026.06.02 06:00

녹색전환 게임체인저, 영농형 태양광 (上)

농부가 판 전기로 삼전닉스 공장 돌린다…논밭서 자라는 RE100 해법

-국내 재생e 보급 '현실대안' '에너지 지산지소'로 송전망 투자부담↓..농가 소득·기업 재생e 확보·국가 NDC 기여 동시 가능

국내 영농형 태양광 설치 가능지역/그래픽=김지영 (전남 영광군에 시범적으로 설치된 영농형태양광 시설의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국내 영농형 태양광 설치 가능지역/그래픽=김지영 (전남 영광군에 시범적으로 설치된 영농형태양광 시설의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그동안 국내 제조기업들에게 '불가능한 미션'처럼 여겨졌던 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달성 해법이 '논밭'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영농형 태양광'의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삼성전자(349,000원 ▲32,000 +10.09%)·SK하이닉스(2,363,000원 ▲30,000 +1.29%) 등과 같이 경기도·충청권에 생산시설을 둔 전력다소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환 시나리오가 현실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에너지 및 전력 사용량/그래픽=김지영)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은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완료했고 기타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도 2027년 완료할 예정이다. 국내 사업장 재생에너지 전환 비율은 공표하지 않았으나,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의 전력사용량을 제외해 단순 계산할 경우 2024년 기준 최대 19.8% 전환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에너지 및 전력 사용량/그래픽=김지영)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은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완료했고 기타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도 2027년 완료할 예정이다. 국내 사업장 재생에너지 전환 비율은 공표하지 않았으나,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의 전력사용량을 제외해 단순 계산할 경우 2024년 기준 최대 19.8% 전환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 잠재량 3%면 삼성 RE100 'OK'

31일 머니투데이 분석 결과 삼성전자(349,000원 ▲32,000 +10.09%)가 국내 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약 19.3GW(기가와트)로 추산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개한 2024년 국내 연간 전력 사용량 2만5111GWh(기가와트아워)에 국내 평균 일조시간(3.6시간)을 근거로, 1MW(메가와트) 설비당 연간 발전량을 약 1300MWh로 잡아 도출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국내 전력 사용량은 막대하지만, 영농형 태양광 잠재량 대비로는 크지 않은 규모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이 국내 농지면적에 기반해 산출한 국내 영농형 태양광 총 잠재량(682GW)의 2.8%다. 이 수치 조차 삼성전자가 국내 사용 전력 전체를 오직 신규 태양광으로만 조달한다고 가정한 최대치다. 이미 재생에너지 전환을 마친 물량과 향후 육·해상 풍력이 분담할 몫까지 고려하면 실제 필요한 영농형 태양광 규모는 이보다 줄어든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패널을 설치해 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일본·유럽·미국에서는 이미 상용화됐다. 작물의 수확량이 일부(벼농사 기준 약 10~30%) 감소하나 농가에 추가 소득을 제공하고 농지 훼손 없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어 농촌·에너지 수요처의 이해관계를 함께 충족할 수 있는 선택지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7일에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정부의 입지별 태양광 보급 확대 계획/그래픽=이지혜
정부의 입지별 태양광 보급 확대 계획/그래픽=이지혜

◆ '지산지소'로 송전망 구축 전 재생에너지 공급 가능

특히 국내 영농형 태양광 잠재량 중 극히 일부라도 발전설비로 구현되고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기업들이 구매(전력구매계약·PPA)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농민·기업·국가에게 편익이 발생할 수 있다. 농민은 태양광 수익을 얻고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며 국가는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 가속화·에너지 안보 강화 효과를 얻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도 영농형 태양광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19일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추가로 확보할 태양광 설비 56.2GW 가운데 11.1GW를 영농형·수상 태양광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 전력다소비 기업들의 핵심 생산 거점이 몰려 있는 경기도 인근 농지만 활용해도 전력 수급 문제가 유의미하게 해결될 수 있다(머니투데이 2월3일 보도 수도권 농지서 '기가급' 태양광 발전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근 농지에서 생산한 청정 전력을 반도체 라인에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가 가능해지면, 비용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크게 투입되는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 없이 재생에너지 공급과 소비가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배전시설 등 인프라 투자가 적기에 병행될 경우 비용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을 이룰 수 있는 실질적인 돌파구가 마련되는 셈이다.

국내 영농형 태양광 권위자인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의 압도적 잠재량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RE100 달성은 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결국 관건은 시간과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SS 등에 대한 투자가 병행된다면 농촌과 기업이 공생하는 모델이 실현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생산시설/그래픽=김지영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생산시설/그래픽=김지영

삼전닉스도 없어서 못 산다…"생존 걸려" 재생e 확보 '발등에 불'

-국내 기업들, 재생e 원하는 이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생에너지 사용률/그래픽=김지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생에너지 사용률/그래픽=김지영

#. 국내 대기업 A사는 지난해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에너지 PPA(전력구매계약)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확대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들이 수년전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이 요구가 한층 거세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해당 품목 점유율 1위를 유지해온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 B사(중견기업)도 2024년 유럽 완성차 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부족할 경우 입찰 참여가 제한된다는 공문을 받고 부랴부랴 재생에너지 PPA 확보에 나섰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힘을 쏟는 건 공급망에서 직면한 탄소 저감 압력이 해마다 거세지고 있어서다. 2030년은 미국 '빅테크'와 유럽 주요 제조업체를 포함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중립의 중간 목표로 약속한 시점이다. 이들 기업은 공급망에 속한 협력업체들의 탄소배출량까지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 기업들을 고객사로 둔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확보가 사실상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RE100 이행 가장 어려운 국가들의 기업 응답/그래픽=이지혜
RE100 이행 가장 어려운 국가들의 기업 응답/그래픽=이지혜

◆ "재생e 써라"…공급망 요구↑

최근 수년간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는 단순한 환경 권고를 넘어 구조화됐다. 2020년대 들어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배터리 여권제도·공급망 실사지침(CSDDD) 등으로 탄소와 자원순환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제도화했으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보다 앞선 2010년대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아마존·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보와 공급망 탈탄소에 나섰다. MS는 이미 2013년 텍사스에서 110메가와트(MW) 규모 육상풍력 발전 PPA를 체결했고, 애플은 2010년대 후반부터 저탄소 알루미늄 도입을 확대하며 공급망 탈탄소화를 추진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사회적 책임과 2010년대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란 명칭으로 본격화한 자본시장의 압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선제적 움직임의 기저에 탄소배출 규제가 본격적인 무역 장벽으로 작동할 때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이들 글로벌 기업을 정점으로 하는 공급망에 들어가 있어, 탄소감축을 요구하는 구조 변화가 우리 수출 산업에 전방위적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삼성전자(349,000원 ▲32,000 +10.09%)SK하이닉스(2,363,000원 ▲30,000 +1.29%)는 미국·유럽·중국 등 해외 사업장 재생에너지 확보를 거의 마쳤으나 전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3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정작 주력 생산기지가 위치한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이 매우 제한적인 탓이다.

우리나라 전력의 발전원별 설비용량 현황/그래픽=김지영
우리나라 전력의 발전원별 설비용량 현황/그래픽=김지영

◆ 기업수요 급증하고 있는데 공급 증가 더뎌 가격 상승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늘어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와 턱없이 부족한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결국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왔다.

한국에너지공단의 '국내 재생에너지 현황 및 정책 과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6%로 국제에너지기구(IEA) 평균(33%)은 물론 일본(24%)에도 뒤처져있다. 발전설비 기준으로도 약 35GW(기가와트) 규모의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MS 한 기업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체결한 재생에너지 계약 물량(약 40GW)보다 적다.

제한적인 물량을 두고 기업들이 경쟁하는 추세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수단 중 하나인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은 2021년 3만원대에서 2025년 7만원 수준까지 뛰었다. 태양광 기준 PPA 계약가격은 PPA 도입 초기 킬로와트아워(kWh)당 140원대에서 지난해 180원대로 급등했다.

2024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기점으로 대기업들까지 PPA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재생에너지 초과 수요세가 한층 심화됐다. 한 재생에너지 공급 기업 관계자는 "고객사들, 특히 유럽 기업들이 2025년부터 고객사에 재생에너지 사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2023년경(공사기간 감안)부터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스코프3(Scope3·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 탄소배출)를 관리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 협력사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정책 불확실성을 줄여 기업들이 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코프1, 2, 3 설명/그래픽=윤선정
스코프1, 2, 3 설명/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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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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