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데이터 수집과 활용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고대에선 강수량, 기온, 일조량 등 기상 데이터를 토대로 재배 작물의 종류와 수확량을 예측하는 등 농경 생활에 영향을 끼쳤다. 15세기에는 천문 데이터를 활용해 세계를 탐험하고 해외 무역의 길을 열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데이터는 시대가 직면한 도전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통찰력을 제공해 왔다.
최근에는 첨단 기술의 발전과 비용 절감으로 데이터 수집·분석이 이전보다 훨씬 쉬워, 더 예측 가능한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념, 속성, 관계와 같은 현재의 객관적 지표에서 데이터 간 의미를 연결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의미 있는 정보'로 변환시키는 정보 혁명의 시대에 이르렀다. 이른바 '데이터 온톨로지'(Ontology) 기법이다.
"현상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개발된 온톨로지는 원래 존재의 본질과 의미를 밝히려는 철학이었으나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의료분야에서는 환자의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심장마비 위험을 사전에 감지한다. 범죄 통계나 112신고 같은 치안 데이터와 인구·경제 상황 등 공공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범죄를 미리 파악해 예방하는 '범죄 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Pre-CAS)'에 쓰이기도 한다. 금융 분야에서 은행은 어떤 고객이 위험성이 높은지, 투자에 유리한지 등 잠재 고객에 대한 예측에 사용하기도 한다.
데이터 분석기업 팔라티어는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위성 감시 시스템 등에서 수집된 적군의 병력 위치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 분석해 정확한 위험 탐지, 상황 인식, 병력 배치 등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한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으로 전력우위를 확보하는데 기여했다. 이렇듯 '데이터 온톨로지'는 존재의 본질을 다루는 정통 온톨로지의 철학적 개념을 현대 데이터 처리 시스템에 적용해 정보를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연결된 데이터'로서 현상과 상호 작용하는 모든 존재의 근본적인 요소로 본다.
항공 안전은 복잡한 요소들이 상호 작용하는 다차원적인 문제다. 수많은 항공기 운항 기록, 조종사 상태, 정비 이력, 기상 조건, 관제, 공항 환경 등 다양한 사고 발생 관련된 단편적인 데이터를 얼마나 정밀하게 관리, 분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항공안전에 있어 핵심은 '위험예측'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항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적 요소, 휴먼팩터, 조직적인 요소를 중요시했으나 최근에는 시스템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항공안전 데이터의 '의미'를 발견하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특정 개념과 그들 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온톨로지를 구축하면 항공안전의 지능화된 예지 시스템이 가능해 잠재적인 위협을 식별하고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ICAO는 통합적이고, 사전예방적 안전관리체계 기준을 제정했고 우리나라도 정부기관, 항공사, 공항공사 등에서 개별 관리하던 항공 관련 데이터를 범국가적 차원에서 통합·분석함으로써 안전 취약점을 진단하고 분석해 데이터 중심 의사 결정할 수 있는 항공안전시스템을 구축, 운영해 이런 흐름에 부응하고 있다.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