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자금, 법적 보호가치 없다"… 최태원 재산분할액 크게 줄 듯

송민경 기자, 정진솔 기자
2025.10.17 04:00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대법,1.4조 재산분할 파기
"돈의 출처, 盧 재직동안 수령한 뇌물… 반윤리성
2심 산정 4조원중 '제3자에 증여' 분할대상 아냐
부부 공동생활 유지·관리 위한 재산 처분도 제외"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한 배경에는 불법적인 자금은 보호가치가 없다는 민법상 원칙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노 관장의 아버지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에 쓰였다는 것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인정하더라도 불법적으로 마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법적으로 보호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이혼 판결 요약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노 전대통령이 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 SK 선대회장에게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 전대통령이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 뇌물의 일부로 거액의 돈을 사돈 등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및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윤리성 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강조했다.

노 관장은 2심에서 처음으로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됐고 해당 자금이 어떤 식으로든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근거로 노 관장의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선경 300억'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증거로 제시했다. 2심은 증거의 신빙성을 인정해 1조3808억1700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재산분할액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실제로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비자금의 불법성이 인정된다며 2심을 파기했다. 법적으로 보호할 수 없는 자금의 지원은 재산을 분할할 때 '기여'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의미로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민법 제746조의 취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 기준도 새로 제시했다. 2심에서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으로 산정한 최 회장의 재산은 3조9883억원이었는데 대법원은 이 중 최 회장이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 자체가 크게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대법원은 혼인관계가 파탄 난 후 한 명이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하게 재산을 처분했다면 2심 변론종결일에 이를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보고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지만 부부 공동생활과 관련해 처분했다면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최초로 판단했다. 이혼을 앞두고 재산분할액을 줄일 목적으로 고의로 빼돌린 경우에는 분할해야 하지만 부부 공동재산 형성, 유지 및 관리와 관계된 처분이라면 분할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재산분할액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취지에 반하는 판결을 내릴 수 없다. 또 어떤 방식으로 재산분할액을 계산하든 파기된 2심의 액수를 넘길 수 없다.

한편 대법원은 최 회장에게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단한 위자료 20억원에 대해서는 "원심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고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20억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것은 혼인 파탄행위를 한 최 회장에게 최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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