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찾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LS MnM '이브이비엠(EVBM)온산' 건설 현장은 분주했다. 육중한 크레인은 5층 높이의 지붕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트럭과 레미콘은 바쁘게 자재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EVBM온산은 LS MnM이 신사업으로 낙점한 황산니켈 등 이차전지 소재의 생산 거점이 될 곳이다.
하상균 LS MnM EVBM온산 건설생산총괄은 "용매 추출동 공사는 70%가량 진행됐고 실제 생산설비인 탱크나 배관은 90% 정도 마무리돼 현재 마감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전체 부지의 절반 정도 건물 형태를 갖춘 상태라고 한다. 내년 준공과 시운전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적인 생산(황산니켈 연 10만톤)에 들어가게 된다. 이외에도 코발트·망간 등 이차전지 필수 소재들 역시 다루는 게 목표다.
키워드는 '탈중국'이다. 부지에서 고개를 바다 쪽으로 돌려보니 LS MnM 전용 부두가 눈에 띈다. 지금까지는 배에서 내린 동(銅) 정광이 LS MnM의 동 제련소로 향했다. 앞으로는 니켈 등 배터리 소재를 함유한 원료도 이곳에 상륙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와 같은 곳에서 확보한 원료를 이 부두로 가져와 정련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생산된 황산니켈 등은 새만금에 위치한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LLBS)으로 보내져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LLBS는 지난 9월 준공됐고 2026년 2만톤, 2027년 4만톤을 거쳐 2029년부터 전구체 약 12만톤을 생산하게 된다.
탈중국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LS그룹 차원의 비전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LS그룹은 2023년부터 이 부분에 총 3조원을 투자해 그룹의 미래성장 동력 구축에 나섰다. 황산화금속(LS MnM)과 전구체(LLBS)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황산화금속의 원료까지 비중국 공급망에서 공급받음으로써 탈중국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게 LS그룹의 '빅 픽처'다. 그 꿈의 시작점과 같은 곳이 EVBM온산인 셈이다. LS MnM은 2029년에 황산니켈 생산능력 18만톤 규모의 EVBM새만금도 가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정태석 LS MnM EVBM사업부 사업관리팀장은 "탈중국 밸류체인 실현은 전구체를 중국이 아닌 지역에서 생산하고, 전구체 원료인 황산화금속 공급망을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게 구축함으로써 가능하다"며 "인도네시아에서 이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재활용 원료 역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EVBM온산의 '히든카드'다. EVBM은 폐배터리를 파쇄해 얻은 분말 형태의 '블랙매스'(black mass)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공정도 마련하고 있다. 블랙매스를 국내외 리사이클링 업체에서 조달하고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난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향후에는 북미, 유럽 등으로 확보처를 넓힐 예정이다.
탈중국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공략하려는 시장은 역시 미국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기조에 따라 내년부터 중국 등 PFE(제한대상외국기업)에서 생산한 자재의 비중이 40%를 초과하는 배터리를 만든 기업은 AMPC(생산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전구체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 다수의 중국 점유율이 90% 수준에 달하는 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LS그룹과 같은 곳이 '탈중국 소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면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
잠재 고객사와의 협의도 벌써 진행되고 있다. 정 팀장은 "LS는 비(非) PFE 공급망으로부터 메탈을 구매하여 국내에서 황산화금속-전구체를 제조하기 때문에 탈중국 소재로 간주될 것"이라며 "(탈중국 기준 충족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