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이사회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LG 계열사 CEO들을 연달아 만나며 국내 기업과 협력강화 의지를 보였다. 국내 기업이 전장(전자·전기장비)·배터리·반도체 등 미래차 핵심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3일 저녁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승지원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전장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의 만남은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날 자리에는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크리스티안 소보트카 하만 사장 등 전장사업 관계사 경영진이 동석했다. 양측은 차량용 반도체, 배터리, 전장부품, 디스플레이 등은 물론 자율주행 등 미래차 산업 전반에서 협력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이 직접 만난 만큼 삼성과 벤츠간 전장 생태계 협력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2016년 오디오·전장 자회사 하만의 M&A(인수·합병)를 직접 주도한 것을 시작으로 전장사업을 미래 핵심동력으로 삼고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와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성장발판을 구축하고 있다. 이날 회동 또한 삼성SDI, 하만, 삼성디스플레이 등 그룹사 전장사업의 외연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만은 벤츠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이미 공급 중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국내 기업과 추가적인 배터리 협력에 대해 "벤츠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원한다"며 "여러 파트너와 함께 일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벤츠와 일하고 싶다면 혁신, 최첨단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칼레니우스 회장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의 전장역량을 결집한 '원(One) LG' 기반 협업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조주완 LG전자 CEO와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 등 자동차부품 관련 계열사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면담 후 "LG와 여러 기술 분야에서 아주 깊고 오래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며 "LG처럼 기술의 폭과 깊이를 모두 갖춘 기업은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은 혁신과 최첨단 기술"이라며 "벤츠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마다 가장 자연스럽게 찾는 파트너 중 하나가 LG"라고 강조했다. 이어 "LG와 협력관계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전기차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디지털·자동화 기반의 지속가능한 글로벌 생산체계 구축 등 벤츠의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한 협력확대 방향을 논의했다. LG는 전기차부품,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율주행 센싱 등 그룹 차원의 차세대 전장 솔루션을 소개했다.
특히 LG의 전장역량을 하나로 묶은 '원 LG' 전략이 양사 협력의 핵심주제로 다뤄졌다. 현재 LG 4개 전장 계열사는 내연기관차, 전기차, 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아우르는 핵심부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며 벤츠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조주완 CEO는 "LG는 그룹 전반적으로 벤츠와 큰 수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이 안정되면 LG전자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에서 더욱 성공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논의된 기술범위를 언급하며 "매우 다양한 기술을 논의했다"며 "SDV, AI(인공지능), 차량 내 에이전틱(agentic) AI뿐 아니라 LG가 강점을 가진 에너지저장 분야까지 포함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칼레니우스 회장은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도 만남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