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두산밥캣 전동화 연구소 '이포스랩(eFORCE LAB.)' 진창언 팀장

건설현장은 위험한 공간이다. 사람이 직접 투입되는 작업을 줄일수록 인명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업계가 건설장비의 전동화·무인화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달 22일 찾은 두산밥캣의 '이포스랩(eFORCE LAB)'은 이같은 건설장비 트렌드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소였다.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만난 진창언 이포스랩 팀장은 "소방 현장이나 화재 지역에 무인 로봇을 보내듯 위험 지역은 사람이 직접 들어가기보다 기계가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며 "건설기계의 무인화를 구현하려면 전동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선 과제는 '건설기계에 맞는 배터리'를 만드는 일이다. 기존 배터리 연구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건설장비는 자동차보다 훨씬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고온과 혹한은 물론 물과 먼지에 항상 노출되는 곳이 건설 현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소 한켠을 둘러보니 로더와 굴착기, 지게차 모형들이 줄지어 전시돼 있었다. 그 중 운전석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놓인 은색 박스 모양 배터리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터리팩 여러 개를 '블록 쌓기 게임'처럼 유연하게 조합해 수 시간의 건설장비 동력을 확보하는 두산밥캣의 'BSUP(Bobcat Standard Unit Pack)' 청사진이 담겨있는 모형이다.

진 팀장은 "산업차량과 건설장비는 사용 조건, 수명, 신뢰성 요구사항이 승용차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이포스랩은 단순히 건설기계에 배터리를 적용하는 조직이 아니라 산업차량·건설장비에 최적화된 배터리 시스템 기술을 직접 설계하고 검증하는 연구개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이포스랩은 다양한 장비에 적용할 수 있는 배터리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인 건설기계 시장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장비에 적용 가능한 표준화 배터리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BSUP' 역시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진 팀장은 "하나의 팩을 대량 판매하는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설계 철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팩을 빠르게 구성하는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사용 전용 배터리가 아니라 산업차량 전반에 적용 가능한 범용 배터리 시스템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동화 건설장비 시장이 활성화되는 시점을 2030년쯤으로 내다봤다. 소음과 매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수록 소형 장비를 중심으로 한 전동화 추세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초기에는 충전 인프라 접근이 쉬운 영역부터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이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게 유력하다.

전동화 장비의 가격은 시장 확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진 팀장은 "LFP(리튬인산철)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터리라고 해도 현재 2~3톤급 소형 장비 기준으로 내연기관과 전동화 장비의 가격 차이가 약 1.5배 수준"이라며 "보조금 정책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독자들의 PICK!
시장 확대 이후에는 차세대 배터리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포스랩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하는 것은 소듐이온배터리(SIB)다. SIB는 흔히 구할 수 있는 나트륨을 주요 원료로 사용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리튬이온배터리(LIB)의 약점으로 꼽히는 화재 취약성과 저온 성능 저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진 팀장은 "현재는 시동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검증이 이뤄졌고 향후 주동력 배터리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