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MBK·영풍, 또 가처분 소송전…앞선 결과 어땠나 보니

김도균 기자
2025.12.16 15:50
고려아연 vs 영풍·MBK 주요 가처분 소송/그래픽=이지혜

미국 제련소 투자라는 초대형 사업을 둘러싸고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법정으로 옮겨갔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고려아연의 미국 합작법인 대상 유상증자를 문제 삼아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1년여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이 또 한번 분수령을 맞게 됐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약 10조9000억원 규모(74억3200만 달러)의 제련소를 테네시주에 건립하기로 한 가운데 MBK·영풍 측이 서울중앙지법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고려아연이 미국 합작법인을 대상으로 2조8508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해 약 10%의 지분을 넘기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정 경영진에 유리한 지분 구조를 만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허용될 수 없다는 게 MBK·영풍의 주장이다.

이들의 법적 공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작은 MBK·영풍의 공개매수 기간이었던 지난해 9~10월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자사주 매입)에 나서자 이를 막아달라며 제기된 소송이었다. MBK·영풍은 자본시장법상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이 주주평등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두 차례에 걸친 가처분 신청은 모두 기각됐지만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정한 최 회장보다 83만원의 MBK·영풍 측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주들이 많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에는 지분 싸움에서 수세에 몰린 최 회장 측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면 MBK·영풍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식의 '장군멍군'식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최 회장 측은 당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결한 뒤 곧바로 이를 적용해 이사를 선출했다. 그러나 법원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정관 개정 절차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해당 주총에서 곧바로 이를 적용해 이사를 선출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선임된 이사의 직무 집행을 정지했다.

이어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오랜 동업 관계에서 비롯된 지분 구조를 역이용하는 전략을 내놨다. 고려아연이 보유하던 영풍 지분 10.3%를 호주 손자회사 SMC(썬메탈코퍼레이션)에 넘겨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만든 것이다.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한 상법에 따라 고려아연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봉쇄하기 위한 조치였다.

법원은 SMC가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하지 않아 의결권 제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고 한 차례 MBK·영풍의 손을 들어줬으나 이후 최 회장 측이 영풍 지분을 호주 주식회사인 SMH(썬메탈홀딩스)로 이전한 이후에는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최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월 정기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채 고려아연에 유리한 이사 수 상한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총에서 19명 규모(직무정지 이사 4명 포함)의 이사회 가운데 11명의 이사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지켜냈고, MBK·영풍 측은 4명에 그쳤다.

이번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역시 경영권 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MBK·영풍의 지분율은 희석돼 40% 수준으로 낮아지고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미국 JV를 포함해 39% 선까지 확대돼 그간 유지돼 온 지분 우위 구도가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 교수는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MBK·영풍의 주장이, 경영상 판단이라는 면에서는 최 회장의 주장이 각각 설득력이 있는 상황"이라며 "예측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