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공지된 지 한 달 만에 김범석 쿠팡Inc. 의장(사진)이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사과 이후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김 의장이 오는 30~31일 예정된 국회 연석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김 의장은 28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초기대응과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쿠팡이 사고 직후 유출자를 특정해 정부에 통보했고 정부와 협력해 정보유출에 사용된 장비와 데이터를 회수했으며 관련자료 일체를 제출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각종 추측과 오정보로 불안이 커졌지만 정부의 기밀유지 요청에 따라 공개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과는 이미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국면에 나왔다. 쿠팡은 지난 25일 민관합동조사단의 공식발표보다 앞서 유출자 특정 및 조사경과를 자체적으로 공개했다.
이 발표에서 쿠팡은 유출규모가 당초 알려진 3370만건이 아니라 3000건 수준이며 외부전송도 없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와 포렌식(데이터복원) 과정, 유출자의 자백내용까지 상당부분을 공개해 '중간 수사결과'에 준하는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고 국가정보원 역시 수사지휘를 했다는 해석에 선을 그으며 "협조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범부처 TF(태스크포스)를 장관 주재 체계로 격상하며 대응을 강화했다.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사건임에도 쿠팡이 먼저 결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갈등이 고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이 앞서 발표한 성명서의 국문본과 영문본 내용 차이도 새로운 논란을 불렀다. 국문성명에서는 "억울한 비판" "불필요한 불안감" 등 감정적 호소에 가까운 표현이 담겼지만 영문성명에선 "허위 혐의 제기"(falsely accused) "잘못된 불안감"(false insecurity) 등 법적 책임이 해소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용어가 사용됐다.
또 국문에선 쿠팡이 정부와 만나 "전폭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표현했지만 영문에선 "정부가 쿠팡에 접촉해 전면적 협조를 요청했다"고 기술해 책임주체를 다르게 묘사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해당 입장문은 한국의 쿠팡주식회사의 여러 유관부서가 사실관계를 상호 확인해 준비하면서 언어별 지역상황에 따라 뉘앙스에 대한 미세조정을 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해석 차이 등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영문 표현은 해외투자자를 의식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보유출 사실이 알려진 뒤 크게 하락한 쿠팡Inc. 주가는 지난 25일 발표 이후 반등세를 보였다. 유출규모 축소와 법적 위험완화에 방점을 찍은 영문성명이 뉴욕증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김 의장의 이번 사과에도 국회 청문회 불출석 방침은 논란을 확산하는 요인이 됐다. 최고책임자가 직접 출석해 설명하고 질의에 답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사과문에는 청문회 관련 구체적 언급이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와 협력은 충분히 이뤄졌다는 쿠팡의 입장과 조사와 책임규명이 진행 중이라는 정부의 인식 사이 간극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