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값, 1년6개월만에 '100위안' 넘어…K배터리 '가뭄의 단비'

최경민 기자
2026.01.01 09:17
SKBA(SK배터리아메리카)의 조지아 공장. 왼쪽이 조지아 2공장, 오른쪽이 조지아 1공장

리튬 가격이 약 1년6개월만에 1㎏ 당 100위안 선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수요 침체에 시달려온 K배터리에게는 가뭄 속 단비와 다름 없는 소식이다.

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1㎏ 당 118위안에 거래됐다. 리튬 가격은 연중 50위안대까지 떨어졌으나 하반기들어 반등에 성공해 100위안을 돌파하는 선까지 회복됐다. 지난달 22일 100위안을 넘어선 후에는 7거래일 연속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다.

리튬 가격은 2022년만해도 1㎏ 당 600위안 선에 육박했었다. 이후 중국 중심의 과잉 공급, 전기차 시장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 등이 증폭되자 꾸준히 가격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4년 6월 이후에는 100위안 선까지 내줬었다. 리튬 가격은 배터리 가격과 연동되는 게 일반적이어서 기업 입장에선 명백한 악재였다. 리튬 판가가 떨어질 경우 '비싸게 산 원료로 값싸게 배터리를 파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리튬 가격은 2025년 하반기들어 중국의 공급 조절 의지가 확인되기 시작하며 반등하기 시작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는 ESS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을 더 띄운 것으로 파악된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폭증, 태양광·풍력 발전의 확대 속에 ESS가 에너지 믹스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유진투자증권은 2024년 187GWh(기가와트시) 수준이었던 배터리 ESS 수요가 2030년 715GWh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 상승 시작은 중국 정부의 공급과잉 완화 위한 정책 기조 때문이었지만, 최근 상승세의 근원은 (배터리) 수요"라며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리튬 '공급 과잉'에서 '균형 수준'으로 수급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K배터리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2025년 들어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유럽에서 CATL·BYD 등 중국 배터리의 대약진과 같은 악재에 시달려온 K배터리다. 최근 미국에서 포드가 전기차 시장 철수를 결정하자 LG에너지솔루션은 9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청산했다.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는 LG에너지솔루션과 맺었던 3조9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배터리 판가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값싸게 확보한 리튬을 바탕으로 배터리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 경우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는 뜻이다. AI, 전기차, 그린 에너지의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수요도 지속 증가할 게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리튬 가격이 1㎏ 당 90~100위안 수준만 꾸준히 유지해줘도 배터리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판가 개선 추세 속에서 K배터리의 2026년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은 북미 ESS 시장 공략이다. 완전자율주행(FSD)의 본격 확산이라는 전기차 수요 자극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ESS를 통해 실적을 방어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관세 조치를 통해 사실상 '노 차이나 존'을 구축했기에 K배터리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공장과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일부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했다. 혼다와 오하이오 합작사에서도 ESS용 제품 생산이 거론된다. 포드와 합작사를 청산한 SK온은 테네시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 생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2026년은 전기차 시장 위축 속에 ESS로 버텨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미국 ESS 시장을 선점하고, 전기차 업황의 반등이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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