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오는 6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CES 2026은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넘어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 현장'을 제시한다. 물리적 세계로 나온 AI(인공지능)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미국 제조업의 부활, 중국 기업의 기술 공세, 그리고 AI 이후의 시대를 대비한 양자컴퓨터는 이번 CES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①현실로 다가온 AI
CES 2026의 공식 슬로건은 'Innovators Show Up(혁신가들이 나타났다)'이다. 혁신의 주체를 기업이 아닌 혁신가로 재정의했다. 말이 아닌 행동하는 혁신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AI는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나 소프트웨어에 머물지 않고, 로봇·가전·웨어러블·산업 장비 등 물리적 공간에서 직접 작동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가 산업 현장에서 가치를 증명하는 방안이 전시장에 대거 등장한다.
단순한 텍스트 생성을 넘어 로봇, 중장비, 가전의 '두뇌' 역할을 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CES는 AI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로 기술의 화두를 바꾼다. 삼성전자는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 LG전자는 '일상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공감지능'의 비전을 이번 CES에서 제시할 계획이다.
②움직이는 AI '모빌리티'
모빌리티는 CES에서 AI 현실화가 가장 직관적으로 체감되는 분야다. 차량은 이제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AI 디바이스'이자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재정의됐다. 자율주행 기술의 보급과 함께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는 개인화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도시 인프라와 에너지 시스템과 통합되는 흐름을 CES에서 확인할 수 있다.
CES를 주관하는 CTA(미국소비자기술협회)도 차량 기술과 자율 시스템, 전장 기술을 한데 모아 이런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 BMW, 혼다 등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부품 업체들도 SDV 중심의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모빌리티는 AI가 실전에 활용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가 됐다.
③돌아온 미국 제조업
올해 CES에서 가장 이례적인 변화 중 하나는 '제조업'의 전면 등장이다. 이번 CES에는 처음으로 '첨단 제조 쇼케이스'가 열린다. CTA와 SME(제조기술자협회)는 해당 쇼케이스에서 자동화 기술, 첨단 소재,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미국의 첨단 제조 역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미래를 설계하다: 제조, 혁신 그리고 미국의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대담도 진행한다.
트럼프 정부의 제조업 부활 정책에 맞춘 움직임으로 CTA는 미국 내 생산 역량 회복, 이른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가장 중요한 산업 이슈'로 보고 있다. 공급망 재편이라는 경제적·정치적 요구에 부응해 CES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를 넘어 B2B(기업 간 거래) 산업 인프라 플랫폼의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④한국을 위협하는 '레드테크'
CES에서는 중국 기업의 존재감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비자 승인 등의 문제로 참가 기업 수가 942개(2025년 1339개)로 줄었지만, 미국(1476개)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 기업이 많다. 중국 기업들은 참가 규모뿐 아니라 전시장 핵심 공간을 차지하며 시각적·상징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단독 전시관을 마련하며 빠진 센트럴홀 주요 자리에 중국 가전·전자 기업들이 대형 전시관을 꾸렸다.
단순한 물량 공세가 아니라 AI·로봇·스마트홈 등 CES 핵심 트렌드 영역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두드러진다. 과거의 저가 이미지에서 탈피해 TCL, 하이센스 같은 가전 기업과 지리자동차, 유니트리 등 모빌리티·로봇 분야 기업들이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는 프리미엄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CES 2026은 미·중 기술 경쟁 구도 속에서 중국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관찰할 수 있는 무대다.
⑤'포스트 AI'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ES에서 주목받는 분야다. '미래 기술'이 아닌 '상용화 로드맵' 중심으로 다뤄진다. CTA는 AI와 양자 기술을 묶어 'CES 파운드리'라는 별도 공간을 신설했다. 이 무대에서 양자컴퓨팅은 연구 성과보다 최적화 문제, 보안, 제조·물류, AI 결합 같은 실제 적용 사례로 소개된다.
디웨이브(D-Wave), 퀀티넘(Quantinuum), IBM 등의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선보이고, CES 기간 '양자, 비즈니스를 향하여'라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아직 대중화 단계는 아니지만, CES에서는 양자컴퓨터가 AI 이후의 다음 계산 패러다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를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