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CES 2026에서 발표한 AI 로보틱스 전략은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수익을 내는 로봇 산업으로의 본격적인 진입을 의미한다. 과거 로봇이 연구실 안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제조 전문성과 결합해 실제 산업 현장의 핵심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같은 대담한 행보의 배경에는 그룹사가 보유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밸류체인이 있다. 특정 작업이나 서비스가 시작부터 종료까지 자동화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 수행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각 그룹사의 고유한 강점과 전문성을 결합해 제품 공급부터 양산, 판매, 유지보수에 이르는 통합 관리 체계를 가동,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6' 기자간담회에서 "생성형 AI부터 피지컬 AI에 이르는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나아가 에어모빌리티까지 AI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해 고민해 왔다"며 "현대차그룹 전사 차원의 시너지와 밸류체인 측면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외부파트너들과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본격화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제조 인프라와 생산 데이터를 제공하고 현대모비스가 정밀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 개발을 담당하며 현대글로비스가 물류·공급망을 맡는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에 액추에이터를 공급하며 글로벌 로봇 부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수십 년간 축적한 대량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AI 로보틱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는 "로봇 사업은 부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그룹의 성공을 지원하는 동시에 모비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로봇 사업의 3대 핵심 요소는 온디바이스 AI 능력, 액추에이터 등 부품의 완성도, 대량 양산 체계 구축인데 이 중 모비스는 두번째, 세번째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등 전동화 밸류체인과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개발을 위해 쌓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피지컬 AI에 이식해 타사 대비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과 품질 우수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미래 산업 생태계의 선도자 역할을 선점할 계획이다.
로봇 전략에 현대차그룹이 강조하는 인본주의 가치를 담은 것도 눈에 띈다. 공장 내 위험하고 정밀한 작업은 로봇이 맡고 인간은 로봇을 학습시키거나 더욱 윤택한 환경에서 고부가가치 업무를 수행하는 '인간 중심의 자동화'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스팟', '스트레치' 등 여러 로봇을 산업 현장에 투입하면서 안전 확보와 물류 운반의 효율성 증대 등 실질적 성과와 적용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여기에 더해 아틀라스의 제조 현장 도입은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현실화하는 매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