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제2차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앙계약시장 입찰과 관련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다짐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ESS용 LFP(리튬·인산·철) 라인 구축을 앞세워 반드시 유의미한 성과를 따낸다는 전략이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제2차 ESS 입찰과 관련한 제안서 제출은 오는 12일 마감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배터리 3사는 모두 이번 입찰에 출사표를 던질 게 유력하다. 2차 입찰 사업은 총 540MW(메가와트), 배터리 환산 약 3.24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전체 사업비는 약 1조원에 달한다. 이르면 다음달 중 사업자가 선정된다. 준공 기한은 2027년 12월까지다.
지난해 진행된 1차 입찰(540MW)에서는 전체 규모 대비 약 80%의 물량을 삼성SDI가 쓸어담았다. 나머지 20%는 LG에너지솔루션의 몫이었다. SK온은 단 한 곳의 사업도 수주하지 못했었다. SK온이 2차 입찰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이유다. SK온은 일단 국내 ESS용 LFP 라인 확보부터 나서기로 했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전기차용 삼원계 배터리 생산시설 일부를 ESS용 LFP 라인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연간 3GWh 규모의 ESS용 LFP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온이 사실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뛰어나 'ESS 맞춤형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SK온이 세운 계획은 ESS용 LFP 배터리 기준 국내 최대 수준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7년부터 충북 오창에서 연 1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라인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SDI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위주로 ESS 입찰 시장에 대응한다.
SK온의 전략은 온쇼어링(onshoring, 해외 생산시설의 자국 이전) 이슈까지 고려한 것이다. ESS 입찰의 경우 국내 산업·경제 기여도 평가 비중이 적잖다. 특히 2차 입찰은 1차 대비 비가격 평가 비중(40%→50%)이 강화됐다. 그동안 해외 투자를 강조해온 배터리 업계이지만, 국내 투자 확대 계획과 ESS 산업 밸류체인 기여 의지를 보다 분명히 밝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SK온이 대규모 ESS용 LFP 생산라인 구축을 통해 국내 생산과 투자를 강화하려는 것은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둔 수로 풀이된다.
SK온의 경우 최근 첫 ESS 사업을 수주하는 등 트랙레코드 역시 강화했다. SK온은 지난해 9월 미국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둔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플랫아이언이 2030년까지 미국에서 추진하는 6.2GWh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협상권까지 확보했다. 이 모든 게 성사된다면 최대 2조원에 이르는 계약이 기대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 생태계 기여도를 지속 강조하는 추세라 국내 신규 투자가 수반되는 프로젝트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미래 ES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투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