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신속히 줄여야"..광물 전쟁 속 존재감 키우는 K기업

최경민 기자
2026.01.18 14:30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이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탈중국 광물 공급망 힘쓰는 기업들/그래픽=임종철

"핵심광물 공급망이 고도로 집중돼있고 교란과 조작에 취약하기 때문에 공급망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해야 한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영국·일본·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한국·호주·인도·멕시코 등의 주요국 재무장관들을 모아놓고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핵심광물 밸류체인이 중국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동맹국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중국은 구리를 비롯해 리튬, 코발트, 흑연, 희토류 정제에 있어 47~87%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광물 통제'를 앞세우고 거론할 때마다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는 이유다. 로이터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은 이번 회의 참석 후 "희토류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신속히 줄여야 한다는데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센트 장관이 탈중국 광물 공급망의 모범사례로 고려아연을 지목했다. 최근 가장 공격적으로 미국 중심 광물 공급망 구축에 투자해온 기업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반세기 동안 쇠퇴를 거듭해온 미국 제련산업을 일으켜세우기 위한 핵심 파트너로 고려아연이 부각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우선 지난 8월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등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중국·북한·이란·러시아 이외 국가에서 제련한 게르마늄 공급, 울산 온산제련소 게르마늄 생산시설 신설 등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의 글로벌 점유율이 98.7%에 달하는 반도체 필수 원료 갈륨을 공급하기 위한 공장도 만들기로 했다.

(래버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호주 퍼스 북동쪽의 라버턴 근처에서 광물업체 리너스코퍼레이션이 마운트 웰드에서 생산한 희토류 광물이 담긴 유리병들. (자료사진) 2019.8.2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래버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고려아연과 미국의 파트너십은 지난달 약 11조원 규모 테네시 제련소 건립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를 모델로 습식·건식공정을 결합한 제련소를 미국 내에 설립하기로 했고, 미국 정부는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MBK·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고려아연에 미 정부가 '백기사'로 나서며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고려아연은 올 들어 미국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희토류 생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폐영구자석을 고순도 희토류 산화물로 리사이클링·정제한 후 희토류를 생산하기로 했다. 2027년 희토류 생산시설의 상업 가동을 추진한다.

고려아연 외에 탈중국 광물 밸류체인 구축에 두 팔을 걷은 한국 기업으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있다. 이 회사는 미국 희토류 전문업체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스와 협력해 희토류 분리·정제부터 자석 생산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복합 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탄자니아에서 세계 2위 규모의 흑연 광산 개발에 착수했다. 여기서 확보한 흑연을 바탕으로 포스코그룹의 음극재 사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배터리 소재 공급망 안정화, 국내 광물 안보 기여 등의 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LX인터내셔널은 2024년 인도네시아 AKP 니켈광산 지분 60%를 133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니켈광산 경영권을 확보하고 니켈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 LS그룹은 인도네시아 등에서 확보한 원료로 황산니켈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까지 생산하는 탈중국 풀밸류체인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블록화에 따라 '광물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광물 확보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게 될 LS MnM 'EVBM 온산'의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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