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상속세 관련 보도자료에 근거가 불투명한 통계 수치를 인용해 논란이 되자 내부 검증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대한상의는 "상속세 정책대안을 건의하는 보도자료(2월4일자)를 배포하면서 외부기관에서 발표한 통계를 충분한 검증없이 인용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데 대해 다시한번 깊은 사과를 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즉시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미국 출장 중에 이번 사안을 보고받고 "대한상의가 책임있는 기관으로서 데이터를 면밀히 챙겼어야 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며 사무국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따라 대한상의는 우선 전면적인 내부시스템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통계의 신뢰도 검증과 분석 역량 제고를 위해 조사연구 담당직원들부터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즉시 시행하는 등 전직원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사실관계와 통계에 대한 다층적 검증을 의무화하기 위해 통계분석 역량을 갖춘 임원(박양수 대한상의 SGI 원장)을 이날부터 팩트체크 담당 임원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박양수 원장은 한국은행 출신으로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은 경제통계국장, 경제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부터 대한상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발표자료의 철저한 검증과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한번 더 체크하는 검증체계도 도입하기로 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산업부 감사와 별도로 자체적으로 책임소재를 파악해 응분의 책임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주말 직접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이번 사안을 비판한데 이어 주무부처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날 또 한번 강하게 질타했다.
김 장관은 이날 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 등 6개 경제단체와 미국 관세협상 등 대내외 여건을 점검하는 긴급 현안회의 자리에서 해당 보도자료에 대해 "법정단체로서 공적 책무와 책임을 망각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외국 이민 컨설팅 업체의 자료를 인용해 상속세 부담 탓에 우리나라를 떠나는 고액 자산가들이 급증한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김 장관은 "통계의 출처는 전문조사기관이 아니라 이민 컨설팅을 영업목적으로 하는 사설업체의 추계에 불과하고 이미 다수의 해외 언론과 연구기관이 해당 자료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그러나 대한상의는 최소한의 검증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채 자료를 인용·확산 시켰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번 사안이 국민과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책 환경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보고 대한상의가 해당 보도자료 작성·검증·배포한 전 과정에 대해 즉각 감사를 착수했다. 추후 감사 결과에 따라 담당자 문책, 법적 조치 등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