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설 명절에 유럽과 미국 등에서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비즈니스 행보를 이어간다. 관세 리스크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새해 본격화될 신사업 구상에도 집중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로 출국한 이재용 회장은 설 연휴 때까지 해외 출장을 이어갈 예정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파트너 자격으로 초청받은 이 회장은 우선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현장을 찾아 민간 스포츠 외교에 나섰다. 특히 IOC 주관 갈라 디너에 삼성전자 대표로 참석해 유력 인사들과 교류했다. 이 자리에는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과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JD 밴스 미국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현재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곳곳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와 만남을 이어가며 네트워크를 다지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유럽을 방문했을 때도 2주간 머무르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주요 기업 총수들을 각종 행사에서 만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비공개 사교모임인 '구글 캠프'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 기간에 유럽 내 삼성의 주요 사업장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에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도 명절을 해외에서 보낸다. 최 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한국식 치킨집 '99치킨'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AI(인공지능) 반도체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현지 사업 파트너들과 접촉하며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SK아메리카스 이사회 의장과 SK하이닉스 아메리카 회장을 맡아 북미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아울러 연휴 직후인 20~21일 이틀간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한다. TPD는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행사로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의 현안을 논의하는 국제 포럼이다. 최종현학술원의 이사장인 최 회장은 매년 이 행사를 찾았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특별연설 등에 나설 가능성 있다.
TPD에는 척 헤이글 전 미 국방부 장관과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부장관, 강경화 주미대사, 야마다 시게오 주미 일본대사 등 정관계 인사들과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스테픈 월트 하버드대 교수 등 석학들이 함께 한다. 최 회장은 민간 외교관 역할을 담당하면서 지정학적 변수 등 여러 국제정세 변화가 경영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필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일단 설 연휴에 특별한 일정을 계획하지 않고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물며 새해 경영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과 미래 사업 추진력 강화가 중점 과제다.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사상 첫 '연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만큼 이익 확대 전략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 재인상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직접적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현대차그룹이 핵심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사업도 직접 살펴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경영 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전해졌다. AI 등 그룹의 미래 사업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한 중장기 경영 전략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주력 사업 분야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제고, 그룹 전반의 AX(AI 전환) 가속화를 통해 미래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에 집중한다.
한편 주요 기업 총수들의 민간 외교 활동은 명절 연휴 직후에도 계속된다. 이 회장 등은 설 이후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첨단산업 등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