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력을 앞세워 관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곡면과 원형 등 비정형 구현에 강점을 지닌 OLED 기술이 로봇용 패널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다.
20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디스플레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담당하는 주요 구성 요소로 꼽힌다. 특히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의 소통을 위한 표정 구현과 시각 정보 제공 기능이 중요해 디스플레이 탑재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로봇 보급이 확대될수록 디스플레이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50년 5조달러(약 725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OLED에 강점을 지닌 국내 기업들이 휴머노이드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OLED는 LCD(액정표시장치)와 달리 곡면과 구형, 원형 등 다양한 형태로 설계할 수 있다. 로봇 외형에 맞춘 유연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하다. 화질과 시야각도 LCD 대비 우수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매출 기준 글로벌 OLED 시장에서 68.3%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중국(31.3%)을 크게 앞선 수준이다. 휴머노이드용 디스플레이는 설계와 내구성 등에서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다. 이에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통신) 전시회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용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3.4인치 OLED를 탑재한 소형 로봇 'AI(인공지능) OLED 봇'을 선보였다. 대학에서 학생을 지원하는 조교 콘셉트의 기기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디스플레이를 통해 강의실 위치 안내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향후 폴더블과 초박형 등 기존 모바일과 IT용 OLED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장해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CES 2026' 현장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로봇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는 지금보다 10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AI 시대에 시각 정보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다양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도 'CES 2026'에서 7인치 P-OLED를 적용한 곡면 형태의 휴머노이드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P-OLED는 가볍고 충격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어 사람 얼굴과 유사한 형태 구현이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에서 축적한 탠덤 OLED 기술도 적용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요구하는 내구성과 온도 안정성은 휴머노이드용 제품과 유사하다. 탠덤 OLED는 발광층을 두 개 이상 적층한 구조로 고휘도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온도 변화에 따른 특성 편차도 상대적으로 낮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OLED 분야에서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기술 완성도와 신뢰성 측면에서 한국이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휴머노이드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검증된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