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가자" 최태원 결단 통했다..SK하닉 키오시아 지분가치 14조

김남이 기자
2026.03.10 17:30

투자자산 평가 1년새 10조 증가..인텔 낸드 사업도 인수하며 영향력 키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 TPD) 2026' 포럼 행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SK그룹 /사진=(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진행된 SK하이닉스의 일본 키오시아(Kioxia·옛 도시바 메모리)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 키오시아 주가가 급등하면서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지분 가치(전환사채 포함)는 14조원을 넘어섰다. 1년 새 10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까지 더해지면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시장 영향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오시아 지분가치(전환사채 포함)는 총 14조1518억원에 달했다. 1년만에 지분가치가 10조6455억원 증가했다. 2018년 투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분가치 상승은 SK하이닉스의 자산 증가로 이어진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참여해 약 4조원(3950억엔)을 키오시아에 투자했다. 베인캐피털 펀드에 LP(기관투자자) 형태로 2660억엔, 전환사채(CB) 형태로 1290억엔을 투입했다. 전환사채는 향후 키오시아 보통주 7740만주(지분 약 14.3%)로 전환할 수 있다.

지분가치 상승의 배경에는 키오시아 주가 급등이 있다. AI(인공지능) 인프라 확장 과정에서 고성능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2024년 12월 공모가 1455엔으로 증시에 입성한 키오시아의 주가는 지난해 말 1만435엔까지 상승했다. 1년여만에 7배 이상 오른 것이다. 최근 키오시아 시가총액은 약 10조6600억엔(약 100조원)에 이른다. 매각 당시 평가됐던 기업가치 2조엔과 비교하면 약 5배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오시아 투자자산' 가치 변화/그래픽=김지영

SK하이닉스의 투자 배경에는 최 회장이 있었다. 2017년 도시바가 메모리사업부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 주요 임원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최 회장은 인수를 강하게 추진했다. 최근 SK하이닉스 성장 스토리를 담아 발간된 '슈퍼모멘텀'에 따르면 최 회장은 "도시바는 낸드를 발명한 곳"이라며 "무조건 가자"고 인수를 밀어붙였다.

낸드는 당시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였고, 도시바 메모리는 글로벌 낸드 시장 2위 기업이었다.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산업의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 일본 정부의 기술 유출 우려로 SK하이닉스는 직접 인수 대신 컨소시엄 참여 방식으로 거래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전략적 투자에는 성공했다.

특히 키오시아 지분 약 14.3%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확보한게 핵심으로 평가된다. 베인캐피털 등은 키오시아 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지분을 매각하며 엑시트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키오시아 지분 6.5%를 매각한데 이어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약 7%를 추가 매각했다. 베인캐피털 펀드의 지분은 22%에서 8.1%까지 낮아졌다.

다른 투자자의 지분이 줄어들수록 전환사채를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다. 다만 2028년까지는 지분 보유 제한(최대 15%) 규정으로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이 어려운 상태다. 이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의 '종합 메모리 반도체 기업' 전략은 이후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솔리다임을 출범시켰다. 인수대금이 약 9조원에 달하고 누적 적자가 7조원을 넘으면서 고가 인수 논란도 있었지만, 솔리다임은 지난해 1조39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낸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솔리다임을 포함한 SK그룹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22.1%로 삼성전자(28%)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47.8% 증가한 52억1150만달러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확대와 함께 AI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모리 병목을 완화하는 방법의 하나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주목받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수요 증가로 낸드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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