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돼도 안심 이르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 운임이 통상적인 성수기보다 이른 시점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불확실성을 고려해 화물 수요가 몰리면서다. 업계에서는 종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물류 병목과 인프라 복구 지연으로 운임이 즉각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2일 기준 전주 대비 3.6% 오른 2218.15를 기록했다. 지난 2월말 1200~1300선이었던 SCFI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한데 이어 2200선까지 넘어섰다.
운임 상승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 지역 리스크와 유가 상승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통행 척수는 일평균 10척 수준으로 전쟁 이전 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호르무즈해협 통과 원유 운송량도 개전 이전과 비교하면 98.2% 줄었다.
선사들은 우회 운항에 따른 벙커비 상승과 보험 비용 증가분을 운임에 전가하고 있다. 세계 1위 선사 스위스 MSC는 긴급 연료 추가 할증료(EFS)를 조정했고 세계 5위 선사 독일 하팍로이드도 추가 비용을 운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CMA-CGM은 다음달 1일부로 품목무차별(FAK) 운임 요율을 조정할 계획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조기 선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의식한 화주들이 선제적으로 화물을 수송하면서 물동량이 예년보다 일찍 증가세를 보인다. 해운 시황 분석기관 드류리는 중동 분쟁 영향으로 성수기가 조기에 가시화되면서 향후 운임이 수주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 가능성이 나오면서 운임 흐름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알리면서 이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감이 시장 일각에서 반영되고 있다. 실제로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7.15% 내린 배럴당 96.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일 이후 일일 최대 하락 폭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령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물류 병목 현상과 정제 시설·유전 복구 지연으로 시장이 즉각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긴 어려워 상당 기간 운임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운임과 화물량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변동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