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탈중국' 시동..."ESS 자신 있다" 입 모은 K배터리 삼총사

최경민 기자, 김도균 기자, 김지현 기자
2026.03.21 08:00

[배터리체크포커스]<1>ESS 골드러시 (下)

'ESS도 1등' LG엔솔 "올해 90GWh 이상 수주…탈중국 대응 완료"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6' 현장을 찾은 김현태 LG에너지솔루션 ESS 상품기획·전략담당 상무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도균 기자

"올해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주 목표를 90GWh(기가와트시)로 잡았는데, 수요는 그것보다 확실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AMPC(생산세액공제)를 위한 PFE(금지외국기관) 기준도 타임라인에 관계없이 모두 충족한 상태입니다."

김현태 LG에너지솔루션 ESS 상품기획·전략담당 상무는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6' 현장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목표 초과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도 함께였다. 김 상무는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체크하던 중에 기자를 마주한 돌발 상황에서도 또박또박 거침없이 답변을 내놓았다. 올 연초 기준 140GWh의 ESS 수주 잔고를 보유한 업계 선도 기업의 여유가 느껴졌다.

특히 PFE의 경우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연도별 비중 변화(2026년 40%, 2027년 35%, 2028년 30%, 2029년 20%, 2030년 이후 15%)에 맞춰 솔루션을 모두 마련해놓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PFE가 중국 기업을 겨냥한 블랙리스트 격임을 고려할 때 사실상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 완료됐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PFE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1kWh(킬로와트시) 당 최대 45달러의 AMPC를 못받을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대비가 이미 끝난 상태라는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탈중국 100%에 대한 솔루션까지 다 갖춰놓고, 그 시기에 맞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나갈 것"이라며 "미국이 PFE 비중 기준을 상향조정 한다고 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격 면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제품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까지 고려해서 탄력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전력망용 ESS가 전시되어 있다. 2026.03.11.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ESS 시장 개화의 원인으로는 미국의 송전망 교체주기 도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 등을 꼽으면서 "ESS가 전기차 수요 부진을 모두 커버하기는 어렵지만, 시장 확장 추세를 볼 때 배터리 업황 반전에 일정 수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ESS와 같은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보안 문제가 부각되며 탈중국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ESS 수주전에서 앞서나가는 비결로는 △공격적인 시장 선점 △안전성 등 기술력 △단일 계약으로 시스템·보증·서비스·소프트웨어까지 제공 등을 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랜싱·홀랜드), 오하이오, 테네시 그리고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에서 ESS를 생산하고 있다. 삼원계 대비 가격이 싸고 안정성이 높아 ESS에 주로 활용되는 LFP(리튬인산철) 역시 비중국 기업 중 가장 먼저 북미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김 상무는 "타사 대비 약 2~3년 정도 빠르게 미국 시장 대응에 나선 전략이 주효했다"며 "미국에서 다수의 ESS 생산라인을 돌리고 있는데, 그만큼의 니즈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 시장을 두고는 "국제 정세 등 문제 때문에 비(非) 중국산을 선호하는 흐름이 좀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폴란드 PGE(국영전력공사) 1차 ESS 사업 수주에 성공했던 LG에너지솔루션이 2차 계약도 따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결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ESS 3~4년치 물량 확보… 내년 美에서 탈중국 100%"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6' 현장을 찾은 김현욱 삼성SDI ESS 영업그룹 상무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지현 기자

"배터리 산업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담당 임원으로서 개인적인 목표는 1~2년 안에 ESS를 회사에서 가장 매출이 큰 사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김현욱 삼성SDI ESS 영업그룹 상무는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6' 현장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ESS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포부다.

그는 "ESS가 전기차 수요 둔화를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며 "올 상반기 정도면 향후 3~4년 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삼성SDI ESS 사업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자동차 수요 부진을 일정 부분 보완했다. 미국에서 지난해 말 2조원, 지난 16일 1조5000억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맞물린 미국 수요가 주목된다.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김 상무는 현지에서 ESS의 역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ESS가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장치였다면 이제는 하나의 발전원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발전소를 새로 짓거나 원전을 건설하려면 최소 7~8년이 걸린다"며 "태양광과 ESS는 1~2년이면 구축할 수 있어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삼성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은 오는 13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2026.3.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여기에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공급망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관세 조치 등으로 인해 미국에는 중국산 배터리가 거의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다. K배터리가 북미 ESS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이유다. 삼성SDI는 현재 울산공장과 미국 SPE(스타플러스에너지) 일부 라인에서 ESS용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를 양산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쟁력 중 하나로는 북미 유일의 '각형' 폼팩터 생산 기업이라는 점을 들었다. ESS와 관련해 고객사가 가장 신경쓰는 요소 중 하나가 '안전성'이고, 파우치형 대비 내구성이 뛰어난 각형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미국에서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한 ESS에 화재가 연달아 발생한 이후 각형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올라간 상황"이라며 "각형이 삼성SDI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라고 힘을 줬다.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을 추진한다. 김 상무는 "내년 2분기부터는 우리 배터리에 중국산 소재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 말부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PFE(금지외국기관) 여건 충족으로 AMPC(생산세액공제)나 ITC(투자세액공제)를 수령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ESS 입찰 시장에서도 협력사들과 함께 LFP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역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최근 발의된 IAA(산업가속화법안) 등 유럽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감지되고 있다. 김 상무는 "현재는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이 쉽지 않지만 배터리 산업도 규제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2~3년 후에는 경쟁 환경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K온, 미국·유럽에 일본까지 ESS 수주 노려…"제대로 준비했다"

지난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6' 현장을 찾은 김태의 SK온 ESS 세일즈실장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최경민 기자

"올해 목표로 제시한 ESS(에너지저장장치) 20GWh(기가와트시) 수주는 충분히 달성 가능합니다."

김태의 SK온 ESS 세일즈실장은 지난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6' 현장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사실 목표라는 게 좀 도전적이어야 하는데 올해 목표는 굉장히 현실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만큼 SK온의 올해 ESS 수주전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다.

김 실장은 "미국에서 유틸리티 부문에 이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용 ESS 고객사 풀도 많이 확보했다"며 "일부 프로젝트는 빠르면 2분기 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일본 ESS 시장 진출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일본의 경우 지금까지 ESS용 배터리를 대부분 중국산을 써왔는데, 탈중국 수요가 감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역시 공공 조달과 입찰 중심으로 연내 ESS 수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후발주자로 꼽히는 SK온은 최근 ESS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전체 물량의 50.3%를 석권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김 실장은 "그간 ESS와 관련해 트랙레코드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만큼 이번에 제대로 준비했다"며 "내부적으로도 많이 고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시장을 잡기 위해 금지외국단체(PFE) 규정 및 투자세액공제(ITC) 수취 요건은 이미 맞춰놨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현지 컨설팅 회사를 통해 소재·장비 부분에서 미국이 제시한 요건을 충족한다는 공식 자료를 받아 고객사들에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참석자들이 SK온의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은 오는 13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2026.3.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김 실장은 "고객들이 데이터센터에 보다 최적화된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어 안정성이 높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고성능을 갖출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며 "통상적 수주 활동 외 전략적 옵션으로 AIDC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려 하고 있고, 미국 유틸리티형 신재생 전문 펀드들과도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재생에너지 개발사 플랫아이언으로부터 확보한 6.2GWh 규모 프로젝트 우선협상권과 관련해선 "미국 내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다소 늦춰지는 부분은 있지만 올해 차차 수주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 차원에서 미국 AI 데이터센터 관련 프로젝트들을 힘있게 추진하고 있는만큼 ESS용 배터리 분야에서도 협력이 기대된다.

SK온은 수주 물량에 맞춰 전기차용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전환이 진행 중인 조지아 공장은 3분기부터 생산을 본격화한다. 특히 테네시 공장은 지난해 말 포드와의 합작관계를 정리하며 빠른 라인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 실장은 "유럽은 각각 사이트와 가격을 중요하게 보는 곳으로 나뉘어 중국 공장을 활용해 믹스 앤 매치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힘을 줬다.

SK온은 전기차와 함께 ESS를 '투트랙 전략'으로 가져간다는 목표다. 김 실장은 "ESS는 프로젝트 기반이기 때문에 라인 운영 등에 있어 비교적 확실하다"며 "전기차가 단기 조정 국면에 있는 상황에선 실적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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