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하며 모은 2000만원에 신용융자 일으켜 1억원 투자…수익 전부 날아가

대학생까지 신용융자를 일으켜 억대 투자금을 주식 시장에 털어넣을 정도로 한국 증시 투자 심리가 과열됐다는 외신 지적이 나왔다. 이 대학생은 한때 증시 상승세를 타고 투자금을 3배까지 불렸으나 변동성에 휘말려 원금 일부를 잃었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군 복무기간 모은 2000만원으로 주식 투자에 나선 대학생 이 모씨 사례를 소개했다. 이씨는 신용융자를 더해 1억원을 만들고 이를 한국 증시에 털어넣었다. 한때 시장 상승세를 타고 투자금을 3억원까지 불렸으나 곧 극심한 변동성에 휘말려 반대매매를 당했다. 수익은 물론 원금 일부를 잃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작은 원룸에서 거주 중인 이씨는 다시 돈을 모아 신용융자를 일으킬 계획이다. 로이터는 이씨처럼 빚을 져서 증시에 투자하는 '빚투' 투자자가 한국에서 급증하고 있다면서 "냉혹한 현실이 원인"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일반 노동자의 14년치 급여에 달한다"며 "청년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위험이 높은 신용 거래가 이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재산 축적 수단"이라고 했다.
이씨는 "주식은 변동성이 크다. 내가 신용으로 다섯 배의 자금을 운용하면 다른 사람보다 다섯 배 빠르게 돈을 모을 수 있다"며 언젠가 서울 아파트를 매매해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씨 사례는 한국 증시 개인 투자자들이 떠안고 있는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규제당국은 투자 광풍을 억누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식은 포커와 같다. 매번 '올인'하면 진다"는 이씨 발언을 소개했다. 규제당국의 경고 신호에도 빚투가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 증시는 코스피 지수가 9000을 돌파한 지난달 넷째주 이후 고점 대비 25% 가까이 하락했다. 하락 기간 매수, 매도 사이드카가 하루 건너 번갈아 발동될 정도로 변동성이 심했다. 지난 5월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지수추종펀드)가 변동성을 키운 걸로 평가된다.
이에 한국 증시 변동성이 외국 증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 SK하이닉스(1,830,000원 ▼6,000 -0.33%) 주가가 15% 이상 폭락한 13일 레버리지 ETF 포트폴리오 재조정 때문에 50억달러(7조4000억원) 규모 주식이 매물로 풀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매체는 "이는 13일 SK하이닉스 주식과 선물 전체 거래량의 18%를 차지하는 금액"이라며 "근본적인 촉매제 없이 단순히 자금 흐름에만 의존하는 방식의 거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전세계적으로 한국 증시의 역학 관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주식예탁증서(ADR) 형식을 통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한국 시장 레버리지가 일으킨 변동성이 전세계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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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투자 과열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에서도 증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신용거래를 한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추가 증거금 납입 요청(마진콜)을 받은 경우가 상당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21일 밝혔다. 이 때문에 반대매매 실행으로 매도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일본 증시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이 없어 한국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