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뚝심이 통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인도에서 나란히 분기 기준 역대 최대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현대차는 현지화 전략과 공격적인 라인업 확대가 주효해 법인설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1분기 20만대 돌파기록을 세웠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20만8275대로 역대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수치다. 베르나·엑스터 등 신차효과와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및 현지 맞춤형 모델이 꾸준히 팔린 결과다.
현대차의 경우 인도공장을 중동·아프리카·중남미 등 신흥국을 겨냥한 글로벌 허브로 활용하면서 수출도 늘었다. 올해 1분기 수출물량은 4만1697대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인도 생산물량의 수출비중을 2030년까지 최대 3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인도 내수시장에서 존재감도 한층 커졌다. 올해 1분기 현대차·기아의 인도 내수 합산판매량은 25만903대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16만6578대를 판매했고 기아 역시 같은 기간 11.6% 늘어난 8만4316대로 역대 1분기 최대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아는 셀토스를 중심으로 쏘넷·카렌스 라인업이 고른 판매고를 올렸다. 신형 셀토스는 월 1만대 이상 팔려나가며 핵심 볼륨모델(인기차종)로 자리잡았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를 핵심거점으로 키우는 데 주력한다. 정 회장도 올해 초 전세계 생산기지 중 처음으로 인도공장을 찾아 "현대차가 인도의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홈브랜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순방 경제인단에 동행하면서 현지사업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인도는 현대차그룹이 미국과 한국, 유럽 다음으로 많이 팔고 있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인도에 신차 26종을 출시해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인도법인 설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현지인을 CEO(최고경영자)로 선임했다. 인도시장 진출 8년차인 기아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 2030년까지 인도시장에서 연간 41만대 판매와 7.6%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라인업을 10개 차종으로, 딜러 네트워크도 800개 수준까지 각각 늘릴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할 생산능력도 이미 갖춘 상태다. 현대차는 2024년 1월 GM(제너럴모터스)으로부터 인수한 푸네공장을 올해부터 본격 가동해 생산능력을 25만대로 확대한다. 기존 첸나이 1·2공장(82만4000대)까지 더하면 전체 생산규모가 100만대 이상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기아 아난타푸르공장(43만1000대) 물량까지 합산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연간 15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자 경제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 중 하나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격전지가 됐다"며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생산능력 확보와 인도인 사장 선임, 맞춤형 차종 출시 등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며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도심형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3'을 앞세워 유럽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유럽 현지 맞춤형 모델을 통해 판매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아이오닉3을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