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파업 예고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삼성전자가 회사를 쪼개는 '물적분할'까지 정부에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다. AI(인공지능)발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을 누리는 반도체 부문과 중국의 추격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TV·가전 부문 등을 각각 별도 회사로 분리하겠다는 방안인데 실현 여부와 별개로 그 가능성만으로도 400만~500만명에 달하는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29일 정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주요 기업들의 간담회 자리에서 물적분할안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DS) 부문을 중심으로 한 노조의 파업 투쟁을 얘기하면서 "삼성전자는 부문별로 수익에 엄청난 차이가 있고 가전 부문 등과 반도체의 보상을 못 맞춰주는데 이런 것으로 (노조가) 투쟁을 한다"고 토로한 뒤 "하지만 주주가치 훼손 측면에서 물적분할이 어렵다"며 "여기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여유있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발언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에 맞서고 있는 회사측의 고민이 반영돼있다. 이를 두고 그동안 삼성 안팎으로 물적분할, 즉 분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지만 노조의 파업 엄포 등을 계기로 이를 외부에 표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영입이익의 15%(약 45조원으로 추산)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다음달 21일부터 총파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수익 악화로 올해 연간 적자까지 우려되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의 구조조정과 함께 DS 부문의 분사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 스마트폰·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 완제품 분야와 따로 운영돼온 반도체 사업을 별개의 회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주주 반발과 법적인 문제 등 현실적 제약으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 압박과 성과보상 체계를 두고 DS부문과 DX부문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물적분할에 따른 분사 시나리오가 또 다시 검토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실현할 수는 없더라도 물적분할을 고민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따른 제도적 한계를 정부에 토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분야가 고전하는 처지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