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의 파업을 앞두고 생산량 감축 검토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주요 고객사 사이에서는 파업기간에 생산된 물량의 인수를 거부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은 만큼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팹(공장)은 24시간 무중단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다. 짧은 시간의 생산중단만으로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2018년 평택사업장에서 발생한 정전사고 당시 약 28분 만에 5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당 1071억원 규모의 손실이 난 셈이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인력공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바 '웜다운'(warm-down) 작업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파업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품질 이상과 수율 저하, 불량률 상승 등 공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라인 가동속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설비를 안정상태로 전환하는 조치다. 노조 측은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진행되는 총파업에 약 5만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본다. 이로 인해 파업이 끝나도 최소 2~3주간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단순 생산감소를 넘어 품질 신뢰도까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부 고객사는 삼성전자 측에 파업기간 생산된 제품의 품질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은 공급망 안정성과 회복탄력성을 핵심평가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생산물량을 둘러싼 품질 우려가 확산할수록 고객사 이탈이나 공급망 재편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의 긴급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노조가 총파업 강행입장을 재확인하면서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해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절차다. 발동되면 파업은 즉시 중단되며 30일간 모든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직권조정 절차에서 노사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직권중재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직권중재안은 사실상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반도체는 국가 수출과 공급망,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긴급조정제도의 발동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파업이 장기화한 후 긴급조정에 나서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두고 신속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원지방법원은 삼성전자 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 사건심리에 들어갔다. 가처분 효력은 위법성이 인정되는 쟁의행위에 한정되는 만큼 총파업 자체를 전면 차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부 핵심공정이나 생산라인에 제한조치가 내려질 경우 전체 파업 규모와 현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