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손 내민 삼성, 노조는 파업 강행…긴급조정 발동 하나

김남이 기자
2026.05.15 14:02

회사 " 조건 없이 다시 만나 대화", 노조 "파업 후 협의"…중노위에도 불신 나타내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진=김종택

총파업을 앞두고 다시 삼성전자 경영진 등 사측이 성과급 제도 개선과 추가 보상 방안을 거론하며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며 예정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후조정을 제안한 중앙노동위원회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노사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사측은 15일 오전 공문을 통해 "협상 타결을 바라는 임직원과 주주, 국민의 바람에 부응, 조건 없이 다시 만나 대화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며 "열린 자세로 협의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노조에 전달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투명화 등에 대해서도 답했다. 사측은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는 재원을 영업이익 10%와 EVA(경제적부가가치) 20% 중 선택하는 투명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제도화·상한 폐지 요구와 관련해서는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추가로 상한이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해 보다 유연한 제도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앞서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까지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 등 핵심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총파업 이후에야 협의가 가능하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우리에게 보낸 공문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며 "6월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잘 이행할 생각"이라며 파업 강행 의지를 보였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앞서 노조는 지난 14일 "노조는 이미 중노위 사후조정 과정에서 합의를 위해 기존 요구안을 낮추는 등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하지만 회사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사측에 공문을 보냈다.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이 13일 2차 사후조정회의를 마친 뒤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진=강종민

노조는 사후조정을 제안한 중노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노사와 중노위는 지난 11일부터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13일 오전 3시쯤 노조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최 위원장은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화, 제도화를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렬을 선언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 14일 중노위는 삼성전자 노사에 오는 16일 사후조정을 다시 열자고 요청했다. 중노위는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노사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와 실질적인 교섭의 자리로 2차 사후조정회의 요청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중노위 조정 과정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사후조정 당시) 중노위 조사관은 문을 막고 나가는 걸 막았다"며 "조정위원은 저희가 조정안을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니 소리 지르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노위는 중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사후조정 당시 녹취록 일부도 공개했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일부에서는 강제조정 절차인 긴급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긴급조정이 시행되면 노조는 쟁의를 중단해야 하고 30일 동안 쟁의를 재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파업을 앞두고 생산차질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관리상황에 돌입했다. 이날부터 생산량 등을 조정하는 '웜다운(Warm-down)'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DS부문 직원들도 파업에 돌입하는 오는 21일부터 휴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노사 간 대화를 촉구하는 것과 동시에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일 김 장관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노사 양측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하기를 간곡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며 "산업부 장관으로서는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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