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부터 닷새간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독일 하노버 산업 박람회(하노버 메세)를 지배한 핵심 키워드는 '산업용 인공지능(AI)'이었다.
지난달 23일 현장에서 만난 후베르투스 폰 몬샤우 도이체메세 무역박람회 및 제품관리 총괄이사는 "이제 AI는 산업이 됐다"며 "이는 완전히 다른 국면"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과거의 AI가 마케팅용 수식어(buzz)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산업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변화를 일어키고 있다"며 AI가 "엄청난 잠재력과 함께 산업 현장 곳곳에 실질적인 전환(shift)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산업용 AI의 진화가 크게 '엔터프라이즈 AI'와 '피지컬 AI'라는 두 축으로 나뉘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번째는 엔터프라이즈 AI다.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두뇌' 격이다.
엔터프라이즈 AI는 AI가 공장 현장이나 사무실에서 비행기의 부조종사(코파일럿)처럼 인간의 곁에서 업무를 실시간으로 보조하거나, 인공지능 비서(에이전틱 AI)가 되어 복잡한 공정을 스스로 판단하고 조율하는 기술로 구현된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사람 지시 없이 공정을 진행할 수 있는 '자율 공장' 가능성을 실무 차원에서 증명해 보였다.
두 번째는 '피지컬 AI'다. 두뇌에 로봇이나 자율주행차라는 '신체'를 부여해 실제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움직이며 작업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그는 "이제 디지털 세계가 실제 현실 세계로 들어오고 있다"며 "로봇이나 자율주행차량 같은 운영 기술이 AI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가 향후 5년에서 20년 사이 박람회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박람회에서 목격된 또 다른 흐름은 '생산 기술의 외연 확장'이다. 방위산업이 대표적이다. 폰 몬샤우 이사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국방 기술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과거 수작업 중심 소량생산에 머물렀던 이 분야가 자동화된 공정을 통해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되는 추세"라 전했다.
박람회 운영의 변화도 산업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폰 몬샤우 이사는 "인터넷만으로도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전시 부스 위주의 산업 박람회 역할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를 짚었다. 그는 "올해 하노버 메세는 인터랙티브 포맷(기업과 방문객이 직접 소통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1600여 개로 강화했다"며 "이는 전시업체가 제안하는 기술과 방문객이 가진 현장의 고민이 만나 구체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라 했다.
이는 기존의 방식 같은 일방적인 전시만으로는 박람회가 차별화를 만들 수 없게 됐다는 데서 나온 고민이다. 반대로 말하면 현장이 가진 강점의 고유함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선 '집단 지성의 교류'와 '기술적 신뢰 확인'이라는 형태로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만나 아이디어를 나누는 과정은 대체 불가능한 가치"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