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신사업 발굴에 나선 국내 상사 기업들이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트레이딩(무역) 사업 대신 신사업이 수익성을 견인하며 안정적인 턴어라운드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호주 세넥스 가스전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2% 늘었다. 앞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2년 호주 천연가스 생산업체 세넥스 에너지를 인수한 이후 증산 체제를 구축해왔다. 올해 들어 관련 효과가 본격 반영되며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미얀마 가스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1% 증가했다. 주요 설비 유지보수에 따른 운영비 증가로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지만 판매량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임대 용량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66.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 사업에서도 호조세를 보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 연산 50만톤 규모의 팜유 정제 공장을 가동하며 '종자-농장-착유-정제'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한 상태다. 1분기 인니팜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고, 매출은 135.8% 늘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신사업 확대 효과에 힘입어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대표 사업으로 꼽히는 태양광 개발 부문은 북미에 이어 호주에서도 첫 매각 이익을 거두며 1분기 총 2220만 달러 규모의 매각이익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태양광 매각이익은 연간 기준 2021년 2200만달러에서 지난해 7900만달러로 뛰었다. 올해 목표는 8500만달러로 잡았다.
국내 상사 기업들의 기존 사업 구조 전환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단순 중개와 무역 마진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보다 실물 자산과 공급망을 직접 확보하는 구조가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에너지·식량 사업 등에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광양 LNG 2터미널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기존 93만킬로리터 (㎘) 규모의 저장 용량을 133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중동 사태에 미국 LNG 프로젝트 본격화가 예상되는 만큼 LNG 사업 역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탄자니아 마헨게 흑연광산 개발,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단지 조성 추진 등 핵심광물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기존 태양광 부지를 개발한 뒤 발전사업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운영 사업까지 직접 참여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민간발전사업자(IPP)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다변화 차원에서는 2024년 독일에 신재생에너지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시장에서도 매각 수익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상사 기업의 생존은 신사업에서 얼만큼 성과를 내고 탄탄한 구조를 갖추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기존 상사 DNA를 앞세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