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영농형 태양광법)'은 인구소멸과 소득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는 농촌에 새로운 경제적 활로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같은 날 국회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과 맞물리면서 부족한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확대할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측면에서다.
영농형 태양광법 제정·농지법 개정의 핵심 중 하나는 그간 국내에서 법적 정의가 모호했던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근거를 명확히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기간이 '최장 30년'으로 명문화된게 눈에 띈다. 기존 농지법 체계에서도 일부 농지에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를 받아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었지만 이 기간은 최장 8년에 그쳤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통상 20년 이상의 사업 기간을 전제로 수익성을 산출하는 만큼, 이번 개정으로 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제도 기반이 생긴 셈이다.
농업진흥지역 내 태양광 시설 설치 근거가 예외적으로 표시된 것도 중요한 변화다. 농업진흥지역 내 '최우량 농지'인 농업진흥구역은 지금까지 농업 외 다른 용도로 쓰는게 불가능했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법은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된 경우 농업진흥지역 안이라도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이 가능하게 했다. 우량 농지에서도 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엄격한 '영농 의무'를 명시한 것 역시 이번 법안의 골자다. 발전사업자가 농업 활동을 지속하지 않거나 허가받은 내용과 다르게 사업을 하면 사업허가 취소·사업정지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가짜 농민'의 투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단순히 농지를 태양광 발전 부지로 활용하는게 아니라 '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는'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법안 발의자 중 한 명인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전기 생산도 중요하지만 농지가 농지로서 기능을 잃으면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역설적으로 태양광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면 그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농민은 농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영농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제 관건은 첫발을 뗀 이 법안이 현장에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세부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느냐 여부다. 농업 생산성 보전은 그래서 중요하다. 태양광 패널 차광으로 인한 작물 수확량 감소나 음지에서 잘 자라는 특정 식물 편중 재배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영농 의무 이행 점검 체계와 가이드라인을 현실에 맞게 갖추는게 급선무다.
앞으로 예정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의 일몰에 맞춰 농가가 재생에너지 판매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도 제도 안착을 위해 필요하다. 아울러 농가가 영농형 태양광 발전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력망 부족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호남지역 등 농지 면적이 넓은 주요 지역은 이미 송·배전망 포화로 인해 발전사업 진입이 쉽지 않다. 농가의 발전수익이 실현되려면 기존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신규 전력망을 확충하는 계획이 병행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을 대규모 수요처와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법안은 외부 개발사업자의 무분별한 진입을 막기 위해 사업 주체를 농업인·주민참여협동조합 등으로 제한했다. 다만 대규모 재생에너지 수요처 중 기업 등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공급과 수요를 잇는 현실적 대안의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재생에너지 공급기업 관계자는 "현재 법안은 개별 농민 중심의 소규모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대기업 입장에서는 수많은 농민과 일일이 계약을 맺어야 하는 행정적 부담과 높은 거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농가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기업이 한 번에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을 조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한 제도 설계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