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재해경감활동 제도는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주요 기능과 핵심 업무를 유지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사전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제도다. 단순 인증 절차를 넘어 기업의 회복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계획 수립부터 심의, 보안 관리까지 운영 전반의 기준이 더 촘촘하게 갖춰져야 한다.
첫째, 계획 수립 단계의 권한과 책임이 분명해져야 한다. 현재는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유사 업무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여서 시장 기준이 흔들리고, 그 부담이 발주기관과 정상 등록 대행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주체의 자격과 역할을 명확히 정리해야 제도의 예측 가능성도 높아진다.
둘째, 비용 기준과 시장 질서도 보완돼야 한다. 저가 수주와 형식적 발주가 반복되면 계획의 작동성보다 재해경감 우수기업 인증 심의 통과 자체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계획수립 대행 비용의 적정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심의 과정에도 반영한다면 시장 혼선과 품질 편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셋째, 지원기관의 역할과 인증 심의 체계는 공정성과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한다. 공적 지원과 시장 참여의 경계가 불분명하면 이해충돌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심의 역시 표준화된 가이드와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운영돼야 현장의 수용성이 높아진다. 지원기관의 역할 구분과 심의 기준의 명확화는 제도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다.
넷째, 최대추정손실액의 정의, 기업 규모별 적용 기준, 문서 보안 등 세부 운영 기준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용어와 적용 범위가 불분명하면 발주기관과 대행자 모두 혼선을 겪는다. 제출 자료의 보안 관리까지 포함한 명확한 운영 기준이 갖춰져야 제도가 실질적인 대응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기업재해경감활동 제도의 성패는 제도를 얼마나 넓히느냐보다 운영 기준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계획 수립의 책임, 비용의 적정성, 지원기관의 역할, 심의의 공정성, 보안 관리가 함께 정리될 때 제도는 현장에서 신뢰를 얻는다. 기업재해경감활동의 공공성은 바로 그런 세심한 보완 위에서 힘을 갖게 된다.
글 / 양준 한국기업재난관리사회 회장(한국연속성연구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