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국회 통과의 의미
지난달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영농형 태양광법)'은 인구소멸과 소득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는 농촌에 새로운 경제적 활로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같은 날 국회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과 맞물리면서 부족한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확대할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측면에서다.
◆ 논밭 위 태양광 국내 첫 법제화…농사 안 지으면 패널티
영농형 태양광법 제정·농지법 개정의 핵심 중 하나는 그간 국내에서 법적 정의가 모호했던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근거를 명확히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기간이 '최장 30년'으로 명문화된게 눈에 띈다. 기존 농지법 체계에서도 일부 농지에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를 받아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었지만 이 기간은 최장 8년에 그쳤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통상 20년 이상의 사업 기간을 전제로 수익성을 산출하는 만큼, 이번 개정으로 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제도 기반이 생긴 셈이다.
농업진흥지역 내 태양광 시설 설치 근거가 예외적으로 표시된 것도 중요한 변화다. 농업진흥지역 내 '최우량 농지'인 농업진흥구역은 지금까지 농업 외 다른 용도로 쓰는게 불가능했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법은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된 경우 농업진흥지역 안이라도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이 가능하게 했다. 우량 농지에서도 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엄격한 '영농 의무'를 명시한 것 역시 이번 법안의 골자다. 발전사업자가 농업 활동을 지속하지 않거나 허가받은 내용과 다르게 사업을 하면 사업허가 취소·사업정지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가짜 농민'의 투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단순히 농지를 태양광 발전 부지로 활용하는게 아니라 '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는'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법안 발의자 중 한 명인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전기 생산도 중요하지만 농지가 농지로서 기능을 잃으면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역설적으로 태양광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면 그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농민은 농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영농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제도 설계 '디테일' 중요
이제 관건은 첫발을 뗀 이 법안이 현장에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세부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느냐 여부다. 농업 생산성 보전은 그래서 중요하다. 태양광 패널 차광으로 인한 작물 수확량 감소나 음지에서 잘 자라는 특정 식물 편중 재배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영농 의무 이행 점검 체계와 가이드라인을 현실에 맞게 갖추는게 급선무다.
앞으로 예정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의 일몰에 맞춰 농가가 재생에너지 판매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도 제도 안착을 위해 필요하다. 아울러 농가가 영농형 태양광 발전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력망 부족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호남지역 등 농지 면적이 넓은 주요 지역은 이미 송·배전망 포화로 인해 발전사업 진입이 쉽지 않다. 농가의 발전수익이 실현되려면 기존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신규 전력망을 확충하는 계획이 병행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을 대규모 수요처와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법안은 외부 개발사업자의 무분별한 진입을 막기 위해 사업 주체를 농업인·주민참여협동조합 등으로 제한했다. 다만 대규모 재생에너지 수요처 중 기업 등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공급과 수요를 잇는 현실적 대안의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재생에너지 공급기업 관계자는 "현재 법안은 개별 농민 중심의 소규모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대기업 입장에서는 수많은 농민과 일일이 계약을 맺어야 하는 행정적 부담과 높은 거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농가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기업이 한 번에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을 조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한 제도 설계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농형태양광 법안 대표 발의자 임미애 의원 인터뷰
"농촌 고령화로 방치되는 농지가 너무 많습니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를 계속 관리하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경북 의성군에서 30년 넘게 거주하고 농사를 지으며 현장을 직접 겪어온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농지를 더 잘 관리하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농지 방치하느니 태양광으로 관리 동기 부여해야"
임 의원이 영농형 태양광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배경에는 '농촌의 고령화'라는 현실이 있다. 현재 농촌은 일손 부족으로 인해 관리되지 않은 채 잡초만 무성하게 방치되는 농지가 급증하고 있다.
21대 국회부터 진행됐던 영농형 태양광 법제화 논의는 그동안 농지 훼손 우려로 공전해왔으나, 재생에너지 확충 없이는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절박함과 농가 소득 안정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농촌 내부에서도 커지며 22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로 결실을 맺었다.
임 의원은 "전기 생산도 중요하지만 농지가 농지로서 기능을 잃으면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역설적으로 태양광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면, 그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농민은 농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영농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에서 관리 주체를 농림축산식품부로 명확히 규정한 것 역시 투기를 막고 '농사짓는 태양광'이라는 본질을 지키기 위한 장치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 "농촌이 기업의 에너지 보급기지 될 것"
특히 임 의원은 농업진흥구역(옛 절대농지) 활용의 효율성을 높게 평가한다. 국가가 이미 막대한 예산을 들여 경지 정리를 마친 이곳은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임 의원은 무분별한 난개발 대신 국가가 지구 지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농지 보전과 에너지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봤다.
이 법안이 농가 소득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도 맞닿아 있다는게 그의 소신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RE100)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논밭이 핵심적인 공급처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임 의원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은 매우 낮지만, 구미 산단 인근의 넓은 들판에 영농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한다면 주요 입주 기업들의 전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미 원자력발전이라는 기저전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태양광의 간헐성 또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며 "농촌이 기업의 에너지 보급기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 인위적 제도보다 실효성 있는 '농가형' 보급 확대 필요
다만 사업 추진 방식에 있어서는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세심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인위적인 지원 조직이나 복잡한 사업모델을 만들기보다 개별 농가가 즉각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실질적인 구조를 만드는게 우선이라는 의미다.
임 의원은 현재 자가소비용으로 발전할 수 있는 태양광 용량이 3킬로와트(kW)에 묶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농촌에서는 이를 약 20kW 수준으로 대폭 상향하는게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농지에 직접 태양광 패널을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축사·창고·건조장 등 농촌에 즐비한 농업용 부속 건물 지붕을 영농형 태양광 부지로 적극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 의원은 "공유지와 마을 리더가 있는 곳은 '햇빛소득마을' 공동체로 가면 되지만, 그런 여건을 갖추지 않은 지역도 있다"며 "농촌 곳곳의 부속 건물 지붕을 활용한 '농가형 태양광'을 광범위하게 보급하는게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