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만남에는 두산의 미래 성장사업을 이끄는 핵심 경영진이 함께 자리했다. 재계에서는 동석자들의 면면을 고려할 때 양사가 AI(인공지능)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확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황 CEO와 박 회장이 이날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환담을 가진 가운데 김도원 두산 지주부문 최고전략책임자(CSO), 유승우 두산 사업부문 총괄 최고사업책임자(CBO),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 등이 동석했다.
엔비디아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안정적인 CCL(동박적층판) 수급이 거론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유 CBO의 동석에 주목한다. 유 CBO가 AI 반도체 핵심 소재인 CCL을 생산하는 전자BG를 이끌었던 데다 현재 두산 사업부문 전반을 총괄하는 인물이어서다. CCL은 인쇄회로기판(PCB)의 기초 소재로 AI 반도체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전자BG는 회로박을 공급받아 AI 가속기용 CCL을 생산한 뒤 PCB 제조사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의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어 안정적인 CCL 공급망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AI 가속기와 초당 800Gb(기가비트)급 초고속 네트워크 장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성능 CCL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AI 가속기용 CCL을 생산하는 두산의 충북 증평공장과 경북 김천공장은 올해 1분기 기준 각각 가동률 122%, 106%를 기록하며 사실상 풀가동 상태에 들어갔다. 또 두산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태국에 신규 CCL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양측이 향후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산로보틱스를 이끄는 김민표 대표가 참석한 점도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양사가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는 두산로보틱스를 방문해 산업용 휴머노이드와 지능형 로봇 개발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황 CEO는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코리아 파트너스 나이트' 행사에서 한국 로보틱스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역점을 두고 있는 '피지컬 AI(Physical AI)' 분야의 주요 협력 파트너로 두산로보틱스가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이나 기계에 적용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사업을 기반으로 산업용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AI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 플랫폼과 제조 역량을 두산이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만남에는 두산그룹의 미래 사업을 이끄는 핵심 경영진이 모두 배석했다"며 "양사가 단순한 교류를 넘어 AI 공급망과 로보틱스 분야에서 협력 확대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