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복합단지) 조성 이후에도 차기 생산기지 후보지에 대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입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어딘가로 가지 않을 수 없고 준비가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전제한 뒤 "용인 클러스터 4기 완공 이후를 고려한 후속 생산거점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SK하이닉스 공장의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안 되면 해외라도 줘야 하는 상황이 아니냐"며 "무조건 한국에만 짓겠다 이것도 아닐 수도 있고 시장이 그 다음에 전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장이 들어서려면 인프라가 엄청나게 필요하다"며 "전력과 부지, 인력, 용수 등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호남과 충청 지역에 반도체 팹(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고객이나 다른 나라에서 우리에게 이익을 많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도 무언가 요구할 수 있고, 그 요구를 받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는 우리 실력이기도 하다"며 "이해관계자의 최소한의 만족을 지켜줘야 할 필요성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단은 용인 클러스터를 완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이날 최 회장은 한국을 방문한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협력에 대해 "앞으로도 협력 범위는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젠슨 황과 인공지능(AI)이 지속해 자랄 수 있는 생태계가 더 필요하다는 점, 엔비디아 주도만으로 부족하고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초과 이익 분배 요구와 관련해서는 이해관계자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경영 이념이 이해관계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주주뿐 아니라 구성원, 협력사, 나아가 국민 전체도 이해관계자에 포함된다"고 소개했다. 특히 "세금을 더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며, 임금을 올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최 회장은 아울러 "반도체 산업의 수익도 결국 AI 성장에서 나온 것"이라며 "AI 투자와 산업 생태계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밖에 구체적인 초과이익 배분 방식에 대해서는 "몇 퍼센트를 어디에 쓰겠다는 생각은 아직 없다"면서도 "가능한 한 여러 곳에 골고루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