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못 해" 미국 동아줄은 K조선 뿐…LNG 운반선 일감만 '42조원'

김지현 기자
2026.06.18 08:00

[Made in Korea가 만드는 글로벌 미래] 1-⑨ 뱃고동 울리는 K조선

[편집자주] 반도체·방산·조선·배터리·변압기까지,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특정 분야에 치우친 것과 달리, 한국은 첨단 기술을 중심의 '풀 스펙트럼' 포트폴리오로 공급망 재편기에 다양한 산업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다만 중국의 추격과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변수 앞에서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축으로 부상한 한국 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국내 조선 3사 2026년 누적 수주액/그래픽=김현정

대한민국 조선업은 유례없는 호황기를 마주하고 있다. 단순 '물량'에 국한된 슈퍼사이클이 아니다. 실제 지난 1분기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각각 16.7%, 13.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10% 문턱에 근접한 9.4%였다. 국내 조선 3사가 올해 나란히 두 자릿 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질적으로도 비즈니스 자체가 완전히 업그레이드된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국내 조선사들은 분기마다 새 기록을 쓰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조선 3사의 합산 매출은 14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2조원을 돌파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미래 실적과 직결되는 수주 흐름도 가파르다. 조선 3사의 올해 누적 수주액은 이미 4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4일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은 올들어 연간 수주 목표(233억1000만 달러)의 61.8%에 달하는 144억1000만 달러 규모의 일감을 이미 확보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액은 96억 달러로, 연간 목표치(139억 달러)의 69.1%를 채웠다. 한화오션은 올해 43억5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시장에선 국내 조선업 호황이 단기 사이클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블루팀' 공급망 내에서 대형 선박을 안정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가 사실상 한국뿐이어서다. 미국의 조선업은 몰락한 지 오래다. 상선은 물론 군함, 잠수함 등 온갖 선박을 찍어내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결국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한데 일본 조선업의 상황도 예전같지 않다. 신규 선박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의 점유율은 2015년 29.3%에서 올해 1~5월 5% 수준까지 급감했다. 반면 한국은 2024년 13.7%까지 떨어졌던 점유율이 지난해 19.4%로 반등했다.

한국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부가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 역시 K조선에 호재다. 현재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은 약 125척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계산하면 국내 조선사들이 약 110척 안팎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척당 가격을 2억5000만 달러(약 3800억원)로 가정할 경우 약 42조원에 달하는 일감이 K조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뉴스1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은 특수선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미 해군 파트너로 국내 조선사들을 지목하고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MASGA(마스가,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선언하면서 협력은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2024년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생산능력을 확보했고,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소 헌팅턴잉걸스 등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강 미 해군의 군함을 만든다는 트랙레코드는 그 자체로 K조선의 시장 신뢰도를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럽, 남미, 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K조선에 대한 러브콜이 증가하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 국제군사전문매체 제인스(Janes)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신조 예산은 2020년 880억 달러에서 2030년 120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의 굴기는 위협임이 분명하다. 중국 조선사들은 낮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국내 조선사들이 약 3년치 일감을 확보한 반면 중국 조선사들은 최대 5년치 수주잔량을 쌓아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맞서 HD한국조선해양은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 야드 확장에 속도를 내며 대응하고 있다. 조선 3사 모두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스마트 야드 도입을 가속화해 원가 절감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도크 증설과 숙련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선업은 생산능력 자체가 희소한 전략 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선 글로벌 조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기 호황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생산 기반과 인력 생태계를 지금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조선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금융, 인프라, 인력 전반에 걸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선사들이 국내 조선사에 더 많은 선박을 발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조선 산업 보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LNG 운반선 발주 수요 감소 가능성까지 감안해 호황기 때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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