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Korea가 만드는 글로벌 미래
반도체·방산·조선·배터리·변압기까지,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특정 분야에 치우친 것과 달리, 한국은 첨단 기술을 중심의 '풀 스펙트럼' 포트폴리오로 공급망 재편기에 다양한 산업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다만 중국의 추격과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변수 앞에서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축으로 부상한 한국 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반도체·방산·조선·배터리·변압기까지,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특정 분야에 치우친 것과 달리, 한국은 첨단 기술을 중심의 '풀 스펙트럼' 포트폴리오로 공급망 재편기에 다양한 산업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다만 중국의 추격과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변수 앞에서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축으로 부상한 한국 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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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행보는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잇따라 만나며 한국을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파트너로 지목했다. 젠슨 황은 한국을 두고 "상상력과 창의성, 그리고 야망을 갖춘 위대한 제조업 국가"라고 평가했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뿐 아니라 로보틱스, 모빌리티, 플랫폼 등 AI 공급망 전반에서 한국이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산업의 중심축이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로봇·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등 현실 세계에 구현되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다양한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한국에 새로운 기회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추가 성장 동력이 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제조 현장에서도 제조업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로봇을 생산 공정에 도입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전기차든 로봇이든 결국 제조 기반이 있어야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구현할 수 있다"며 "AI 시대에도 제조업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대신해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개발은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지만 기술적 한계로 진전이 더뎠다. 최근들어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기대가 커진 것은 AI(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으로 '두뇌'를 채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관심은 두뇌가 내린 명령을 실행할 '몸통'으로 옮겨갔고 이에 따라 '제조업 강국' 한국의 경쟁력이 부각됐다. 불과 10년 후 5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해 한국 정부도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휴머노이드 경쟁력, 결국은 제조업━로봇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다. 가정에 로봇 청소기, 식당에 서빙 로봇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생소하지 않다. 각종 '로봇 팔'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공장도 이미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들 로봇은 통제된 환경에서 정해진 동작만 반복한다는 점에서 사람을 온전히 대신하는 존재로 보긴 어렵다. 이들은 산업용·서비스용 로봇 등으로 구분한다. 복잡하고 예측되지 않는 비정형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고, 사람에게 맞춰 설계된 공간에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볼 수 있다.
세계 최정상급 K-AI(인공지능)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해 전국 연구단지가 숨 가쁘게 움직인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연구진과 현장 공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목표는 휴머노이드의 미세한 손끝 감각부터 빠른 판단력을 요하는 두뇌까지 오로지 한국의 기술력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KG모빌리티와 손잡은 기계연…이르면 올 연말 '카이로스' 1. 0 공개━ 키 160㎝, 몸무게 55㎏. 한국형 AI 휴머노이드 '카이로스'의 '신체 스펙'이다. 카이로스는 4월 한국기계연구원 50주년 기념식에서 최초 공개됐다. 카이로스는 뚜벅뚜벅 걸어 나와 청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대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은 없었다. 두 손을 번쩍 들어도 앞으로 넘어지지 않았고, 참가자들과 '악수 퍼포먼스'를 하는 중에도 몸을 휘청이지 않았다. 보행과 균형 잡기를 스스로 해낸 셈이다. '자율성장 AI휴머노이드 전략연구단'이 개발한 '카이로스 0. 5' 버전이다. 전략연구단은 기계연이 주관해 2025년 출범한 산·학·연 공동연구그룹이다.
육중한 철로 만들어진 정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자리한 HD현대일렉트릭 북미 생산법인(HD HPT)을 방문했을 때 받은 인상이다. 공장 밖에는 변압기 완성품 70대가 열을 맞춰 도열해있었다. 그 앞에는 변압기 100대 분량의 자재가 깔려있었다. 공장 내부에 완성품과 자재를 배치해둘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변압기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 이런 장관을 만들어냈다. HD HPT를 찾은 고객사들도 이 모습을 보면 입을 못 다물 정도라고 한다. "저 변압기들을 지금 우리가 가져가면 안 되나"라고 농담을 섞어 말하기도 한다. 한국 제조업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기도, 그만큼 미국 내 변압기 확보전이 치열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강진호 HD HPT 법인장은 "그만큼 시장에서 변압기가 귀한 몸이 된 것"이라며 "2029년 물량까지 계약서에 사인이 다 돼 있는데, 2030년 이후 물량 주문도 들어오고 있어서 쉴틈이 없다"고 말했다. HD HPT 공장이 바빠진 것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 기업 리쇼어링 등의 영향이 크다.
전 세계가 첨단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떠올랐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K-제조업이 현재의 경쟁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전략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문승욱 전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국 제조업이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보적인 킬러 기술과 핵심 인재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영재 카이스트(KAIST) 제조 피지컬 AI연구소장(석좌교수)은 피지컬 AI 기반 무인공장 시스템 수출을 새로운 성장 모델로 제시했다. 거시적 정책 관점에서 문 전 장관은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기를 한국 제조업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선진국을 추격해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확보한 기존 제조업 성공 공식이 AI 시대로 접어들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판단에서다. 문 전 장관은 "AI가 접목되면서 경쟁력 우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며 "기존 제조업 경쟁력과 AI를 얼마나 빠르게 결합하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대한민국 제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 선진국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설계에 집중하며 제조 기반을 상실하거나 특정 첨단 산업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로 제조업 공백을 겪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반도체·배터리 같은 미세 첨단 기술부터 방산·조선·초고압 변압기 등 거대 중공업 인프라까지 모두 아우르는 유일무이한 '풀 스펙트럼(Full-Spectrum)' 제조 역량을 입증해냈다. 한국이 절정의 기량을 뽐내면서 글로벌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K-제조업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통상 블록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보호주의 장벽, 범용 제품을 넘어 첨단 영역까지 치고 올라온 중국의 추격은 한국 제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불확실성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부상한 한국 제조업이 이같은 파고를 넘어 독보적인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생존 전략이 필요할까. ━◇ 시장을 지배하는 룰 세터…모듈형 신통상협정 필요━제조업 초격차의 완성은 결국 '시장의 규칙'을 누가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다.
포스코홀딩스(당시 포스코)의 2007년 시가총액은 56조원이었다. 명실상부 한국 제조업의 신화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은 38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철강 수익성 둔화 등의 악재에 기업가치가 뒷걸음 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발 공급과잉은 철강 업황 악화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2015년 8억톤 수준이었으나 2020년 10억6476만톤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는 중국 정부의 감산 정책 영향으로 조강 생산량이 9억6010만톤으로 전년비 감소했지만 수출량은 역대 최대인 1억1902만톤을 기록했다.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소화하지 못한 저가 물량이 해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는 의미다.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조선업에서 주로 쓰이는 후판의 경우 중국산 수입량은 2022년 81만3000톤에서 2024년 138만1000톤까지 증가했다. 품질 격차도 과거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가격이 사실상 승부를 가르는 상황이 됐다.
K콘텐츠가 여느 때보다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아시아를 넘어 중동, 남미 등 신규 시장으로 뻗어나가며 실질적인 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일본에 견주는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콘텐츠 수출액이 149억달러(약 22조5660억원)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게임과 음악, 방송·영상 등 분야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웹툰이나 캐릭터 등 새 산업의 성장 효과도 컸다. 문체부 관계자는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과 해외의 수요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받으며 두드러진 성장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인기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뻗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전에는 아시아·유럽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됐다면 중동,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지역까지 수요가 급증했다. 지난 3월 발표된 BTS(방탄소년단)의 신작 앨범 '아리랑'의 스트리밍(재생)수 7억 3910만건 중 브라질(7860만건), 멕시코(7590만건)가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한국 제조업의 '차세대 효자'로 불리던 배터리 산업이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18일 한국표준산업분류 제11차 운송장비용 이차전지 제조업(C28202) 및 기타 이차전지 제조업(C28209)으로 분류된 91개사의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적자 기업 비중은 2024년 53. 3%에서 2025년 62. 8%로 급등했다. 사실상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특히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업 비중은 36. 5%에 달했다.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판매량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시장이 고속 성장하던 시기에는 공격적인 증설이 경쟁력이었지만,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감축에 나서자 배터리 주문도 줄었고, 이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국내 업체들은 고정비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수요 둔화를 버티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설립한 합작법인 '넥스트스타 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하며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했고, SK온도 포드와의 '블루오벌SK' 합작체제를 정리하고 테네시 공장을 단독 운영하고 있다.
K뷰티가 세계 화장품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한때 '가성비 좋은 아시아 화장품'으로 통했던 한국 화장품은 이제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사상 처음 110억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수출 순위는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까지 올라섰다. 미국을 제치고 처음 올라선 자리다. K뷰티가 더 이상 유행이 아닌 산업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달러다. 전년 대비 11. 8% 증가한 규모다. 2024년 처음 100억달러를 넘어선 후 또한번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역수지 흑자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는 101억달러였다.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12. 9%를 차지했다.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대표 수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수출 지형이다. K뷰티 최대 시장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국가별 수출액은 미국(22억달러), 중국(20억달러), 일본(11억달러) 순으로 많았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처음으로 100억달러(약 15조원)를 넘었다. 특히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패권 다툼이 치열한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최근 10년간 약 10배 늘었다. 의약품을 포함한 바이오헬스는 국내 주요 산업 중 수출 규모 8위로 위상이 높아졌다. K-바이오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수출 산업이 됐다. K-바이오는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했다.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선도기업으로 부상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 국내 대표 기업인 셀트리온이 K-바이오의 성장을 이끌었다. 앞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잇따른 특허 만료와 바이오시밀러 시장 성장, 미국의 중국 바이오 견제 등 산업 환경 변화가 K-바이오 도약의 마중물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헬스제조 산업 규모는 지난해 518억달러(약 78조원)에서 2031년 793억달러(약 120조원)로 연평균 7.
한국 제조업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엔진인 반도체 산업이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사상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1조달러(약 15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는 AI 인프라 경쟁의 중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리하고 있다. 두 기업은 전 세계 D램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며 한국을 AI 시대의 핵심 제조 기지로 만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일반 D램 수요 급증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356조원, 25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지난해보다 6. 8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전망은 더 밝다. 증권가는 내년 삼성전자가 467조원, SK하이닉스가 364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일부는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