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경엔 K9·천무, 중동 방공망엔 천궁-Ⅱ...지구방위대 'K방산'

김도균 기자
2026.06.18 08:15

[Made in Korea가 만드는 글로벌 미래] 1-⑩ 무기 시장 휩쓰는 한국 제조업

[편집자주] 반도체·방산·조선·배터리·변압기까지,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특정 분야에 치우친 것과 달리, 한국은 첨단 기술을 중심의 '풀 스펙트럼' 포트폴리오로 공급망 재편기에 다양한 산업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다만 중국의 추격과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변수 앞에서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축으로 부상한 한국 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2025년 한국 방위산업 지표/그래픽=이지혜

폴란드군의 포성이 울리는 훈련장에는 한국산 'K9' 자주포가 자리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한국산 유도무기에 러브콜을 보내고 캐나다는 잠수함 사업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한다. 전 세계 안보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산 무기가 각국의 방위력 강화에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세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산기업들의 총 수주액은 22조7000억원에 달했다. 생산유발효과는 46조4000억원 규모로 분석됐다. 한때 무기 수입국이었던 한국이 이제 세계 주요 국가들의 안보를 뒷받침하는 무기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중동 정세 급변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무기체계는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다. 최근 3년간 중동 지역에 수출된 천궁-Ⅱ 물량만 총 12조7000억원 어치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직후 이란이 중동 지역을 향해 대규모 미사일 공세를 벌인 가운데 천궁의 요격률이 90%를 훌쩍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동 국가들과의 추가 구매 협상도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연장로켓 '천무'도 K방산 수출을 이끄는 효자 품목으로 꼽힌다. 올해만 노르웨이가 3조원대 차세대 장거리 포병 전력으로 천무를 도입했고 에스토니아도 추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는 이미 대규모 천무 전력을 운용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유럽과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대러시아 억지력 강화에 나서면서 천무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는 분위기다.

천궁과 천무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에는 빠른 납기가 있다.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들이 공급망 문제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생산 능력을 입증했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이다. 미국과 유럽의 동급 무기체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도입할 수 있으면서도 성능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여기에 실전 운용 환경을 고려한 설계와 지속적인 성능 개량까지 더해지며 K방산은 '가성비 무기'를 넘어 신뢰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인정받고 있다.

사실상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품목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는 유럽과 아시아, 중동 등으로 수출되며 세계 자주포 시장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K9을 운용하고 있는 국가는 10개국에 달한다. 현대로템의 'K2' 전차 역시 K방산을 대표하는 수출 품목이다. 우수한 기동성과 화력 방호력을 갖춘 K2는 폴란드 대규모 수출 계약을 계기로 유럽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포탄과 미사일을 넘어 함정 분야에서도 K방산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은 특수선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은 이미 HD현대중공업의 호위함을 핵심 전력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페루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도 한국형 함정 도입을 검토 중이다.

K방산은 이제 방산 강국들의 안방 시장인 북미까지 넘보고 있다. 대표 사례가 캐나다 차세대 초계 잠수함 사업(CPSP)이다. 한화오션은 정부 지원 아래 캐나다가 추진하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캐나다의 노후 잠수함 전력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 규모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장보고-Ⅲ 잠수함과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 방산의 미개척 분야로 꼽혔던 전투기 수출도 가시권에 든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중인 'KF-21'이다. KF-21은 한국이 독자 개발한 4.5세대 전투기로 현재 시험비행과 양산 준비가 진행 중이다. 최근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와의 사업 정상화 논의도 진전을 보이면서 향후 수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K방산이 이같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와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근 전쟁 양상이 무인화·지능화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기존 무기체계 경쟁력을 넘어 AI와 드론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전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채우석 방위산업학회 이사장은 "국산 무기는 전장에서 성능이 확인됐고 공급할 수 있는 나라도 많지 않아 주목받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지속 가능하냐가 관건"이라며 "이번 이란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AI와 드론을 접목한 유무인 복합체계, 드론·대(對)드론 시스템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원팀' 체계의 제도화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채 이사장은 "방위산업은 이해관계자가 많아 기업들끼리 알아서 협력하라고 해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고 전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진정한 원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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